정치 외교/통일

견고한 정부 대북사업 의지, 北·美 개의치 않고 先 추진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2 16:15

수정 2020.05.22 16:15

북미관계, 북한 호응 앞서 남북 협력사업에 '박차'
文대통령 이어 임종석 前비서실장, 남북협력 강조
총선 압승..과반 이상 확보한 여당, 든든한 우군 역할
제재 틀, 미국과 동맹관계 고려해야.."조율 힘들 것"
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의 모습/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의 모습/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북·미 간 비핵화 진전 여부나 북한의 호응에 관계없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교류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놓고 있다. 독자적으로 사전 준비를 하고 여건이 조성되면 속도감있게 관계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우리측의 움직임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 취임 3주년 기념연설 등을 통해 새로운 대북정책 구상을 밝혔고 정부 당국자는 물론 '정권 실세'까지 나서 남북협력사업의 추진 필요성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과 정부는 북·미 관계와 양측의 비핵화 합의 진전에 얽매일 것 없이 독자적 대북정책을 펼 생각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충분한 소통을 하겠지만 주권사항인 대북정책에서 이번만큼은 제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대로 북미간 대화 진전만을 기대할 수 없다는 다급함이 그 이유로 꼽힌다. 자칫 문재인 정부 초기 대화의 물꼬를 튼 성과물도 다시 긴장과 갈등으로 점철된 과거 남북관계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배경으로 보인다.

그래서 정부가 최근 천안함 폭침에 대응해 2010년 단행한 5·24 대북 독자 제재 조치가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고 강조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5·24 조치의 해제를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제재의 틀을 벗어나 북한과 새로운 협력 사업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현 정권의 실세 중 한명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근 '창작과비평' 대담에서 "대북제재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은 많다"며 "문 대통령은 북·미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더라도 미국과 소통해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임 전 실장이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부터 2019년 2월 북미정상의 하노이노딜까지 남북미간 대화에 깊이 관여되어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허투루 들리지 않는 대목이다. 우선은 포스트 코로나 정국에서 금융위기 전망이 커지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우선 순위에 배치하는데 따른 여론 설득이 넘어야할 과제다.

문 대통령은 현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사업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나 말라리아 같은 감염병에 대한 공동대응 체계 구축 △인도적 차원의 개별관광사업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판문점 관광 △남북철도연결 등을 꼽고 있다.

물론, 아직 남북협력사업과 관련된 정부의 실질적인 움직임은 남북철도 연결 사업 정도가 유일하다. 정부는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되는 대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협력을 시작해나갈 방침이다.

다만,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려는 정부의 주변 여건은 나쁘지 않다. 특히 지난 4·15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며 문 대통령과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에 든든한 우군 역할이 기대된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정부는 여당이 압승을 한 긍정적인 상황에서 이제 그동안 하고 싶었던 대북정책을 본격적으로 펴겠다는 생각을 굳힌 것 같다"며 "북한의 호응 여부나 미국과의 불협화음 등은 향후 정부가 풀어야할 숙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가 구상하는 남북협력사업은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사업을 매끄럽게 진행하기 위한 세부적 검토 및 상황에 따른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

북한의 호응을 끌어내는 것도 그 다음단계의 과제다. 결국 북한이 정부의 협력 제안을 받지 않는다면 대북정책 구상은 빛을 보기 어렵다.
그동안 북한이 핵과 장거리미사일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제재의 그물망이 촘촘해진 것도 정부의 활동 반경을 좁히는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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