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윤중로] 공짜 아닌 14조 긴급재난지원금

[윤중로] 공짜 아닌 14조 긴급재난지원금
천재지변으로 지붕에 큰 구멍이 생겨 안방에 폭우가 쏟아질 위기에 처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활형편이 좋은 부잣집이라면 부랴부랴 인부들을 불러 새 지붕을 씌우면 될 일이다. 하지만 생계가 빠듯한 가정이라면 임시방편으로 외부인 침입을 막을 대문이라도 떼다가 구멍 난 지붕을 덮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코로나19로 전 세계 국민경제에 큰 구멍이 난 상태에서 각국 정부는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을까. 선진국이라면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책정해 쏟아붓는데 주저함이 덜할 것이다.

하지만 개발도상국들은 재정이 넉넉지 못하니 다른 예산을 돌려야 한다. 전쟁 우려가 크지 않다면 국방 예산이라도 재난지원금으로 돌려야 할 지 모른다.

코로나19로 우리나라 내수경기와 서민경제에는 큰 구멍이 생겼다. 그러자 우리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책정하고 지급에 들어갔다. 기본 재난지원금 외에도 프리랜서 지원금, 7세 이하 자녀돌봄 지원금, 자자체 지원금 등을 최대 수백만원까지 중복 수령할 수 있다. 올해 8월까지 단 4개월여 동안 총 재난지원금 14조3000억원이 모두 내수시장에 풀릴 전망이다. 한 달에 3조5000억원꼴이다.

정부의 한해 예산 중 가장 많은 국방예산이 50조원에 달하는 것에 비추어볼 때 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각 지자체들이 최근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던 청주 방사광가속기를 14개나 지을 수 있는 거대 지원금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이미 우리 정부는 국방, 사회간접자본(SOC), 국외 차관, 환경, 농어업, 교육 분야 예산을 줄여 총 7조원의 예산 다이어트를 논의 중이다. 당장 급하지 않은 국방예산에서 가장 많은 9000억원을 삭감할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 예산 삭감액은 가장 적은 편으로 200억원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방력은 세계 6~7위에 달한다. 게다가 우리나라 한해 교육 예산은 77조원으로 방위비보다 많다. 교육열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국방과 교육이 어느 정도 탄탄해 일부 예산 삭감은 버틸 수 있다는 계산에서 이번 예산 전환이 논의됐을 것이다. 그렇지만 코로나 직접 피해가 없는 대한민국의 중산층 및 고소득 가정들이 재난지원금을 받아서 아이들 자전거 사고, 외식 프랜차이즈에서 스테이크를 사먹고, 미용실과 네일숍에 가고, 향수를 구입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는 부정적 시각은 여전하다. 정말로 피해가 극심한 소상공인들에게만 재난지원금을 투입하면 될 것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면서 과도한 예산지출을 정부가 자초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 같은 반대에도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을 펼친 데는 '소득주도성장' 논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소득(긴급재난지원금)→소비→투자→성장'이라는 밑그림과 들어맞는다.

재난지원금 기부운동도 일각에서 펼치고 있지만,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곤 최고 수백만원에 달하는 공돈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14조원에 달하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은 절대 공짜가 아니다.
어찌보면 후대에 물려줄 예산을 미리 쓴 셈이다. 미리 받은 예산인 만큼 정말로 잘 써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의도처럼 국내 내수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반드시 돼야만 한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생활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