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새 국회의 꿈-㊤협치]①시험대 오른 여당…'정치 퇴행 막자' 위기의식 필요

뉴스1

입력 2020.05.25 06:00

수정 2020.05.25 06:00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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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장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 및 당직자들이 공직선거법 개정안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동의의 건 통과를 막기 위해 심상정 위원장 등 정개특위 위원들을 막아서고 있다. 2019.4.2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장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 및 당직자들이 공직선거법 개정안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동의의 건 통과를 막기 위해 심상정 위원장 등 정개특위 위원들을 막아서고 있다. 2019.4.2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편집자주]오는 29일로 20대 국회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30일 제21대 국회가 막을 연다. '최악의 국회' 오명을 들었던 20대 국회를 거울삼아 21대 국회가 지향해야 할 우리 정치의 모습을 사흘에 걸쳐 조명해본다. 그 첫번째로 '협치'(協治)를 향한 여당과 야당, 청와대의 역할을 각각 살펴본다. 이어 26일에는 두번째로 '일하는 국회'를, 27일 마지막으로 '젊은 정치'를 각각 다룰 예정이다.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177석 대 103석.

21대 국회는 177석이란 집권 여당의 압도적 우위로 문을 열게 됐다. 16년만의 단독 과반을 넘긴 압승.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감격대로 "100년에 한번 올까 말까한 결과"라는 평가다.

다당제로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역대 최악의 동물국회와 식물국회를 오간 20대 국회를 뒤로 한 채 국회는 거대 여당이라는 달라진 정치지형을 마주하고 있다.

문제는 '슈퍼 여당'이라는 수적 우위 자체로는 협치를 가능하게 하지도, 정권의 안정적 운영을 보장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의석 수가 줄어든 야당이라도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치'는 여전히 힘겹고 지난한 과제다.

의석수와 협치의 상관관계는 실제로도 유의미하지 않았다. 거대 보수를 탄생시킨 2008년 18대 총선이 대표적 예다. 당시 한나라당은 153석을 얻고, 자유선진당(18석), 친박연대(14석) 등을 우군으로 두고서도 광우병 사태와 촛불집회로 몰락의 길을 걷다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참패로 국정운영에 큰 타격을 입었다.

여당에게 177석이란 왕관의 무게가 간단치 않은 이유다.

권한은 막강해졌다. 여당은 이제 자력으로 쟁점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국회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인 일반 안건 의결정족수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재적의원 5분의 3(180석) 이상 찬성이 필요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종결 등도 그렇게 어렵지 않게 달성 가능하다. 개헌을 제외하고는 여당 단독으로 모든 법안의 처리가 가능해진 셈이다.

책임 역시 엄중해졌다. 국정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져야 한다는 뜻이다. 의석수를 가지고 입법 독주를 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더는 야당 탓이 불가능하다. 차기 대선까지 2년여, 국민들 입장에선 차기 정권을 맡길지 여부를 놓고 여당의 집권 능력을 시험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선 직후 "지금 민주당은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국정을 맡은 무거운 책임감을 먼저 가져야 한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각별하게 조심을 해야 한다"고 군기를 잡은 것도 이같은 위기의식으로 읽힌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난극복과 전례없는 경제위기 한복판에서 야당과의 극한 대립은 국민들에게 환멸을 안길 것이 뻔하다. 슈퍼 여당이 되고도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책임을 피할 길도 없다. 야당을 어떻게든 설득하고 한 대목 한 대목 타협해 성과를 손에 쥐어야 한다.

'의회주의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통합'을 주문했다.

지난 21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21대 국회는 과감히 통합의 방향으로 전환해야 하는 적기"라며 "밀어붙이려 하지말고 합의하려 하면 이런 적기가 없다"고 힘줘 말했다. 그 첫단계로 각종 회의체를 복원해 '협치'의 공간을 확보하고 여야정협의체 창구를 만들어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메시지도 내놓았다.

정치 전문가들은 전례없는 초유의 코로나19 위기와 차기 대선을 변곡점으로 봤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지방선거와 대선 등이 다가오면서 여야 정쟁이 커질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조성이 된다"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여당이 딛고 선 딜레마를 짚으며 "거대 여당으로 올라선 것이 일하는 국회를 만들 수도, 오히려 여야 협치를 더 어렵게 할 수도 있는, 두가지의 정반대 가능성이 공존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결국 여야 정치인들의 뼈아픈 각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K-방역 등 우리나라의 각 분야 시스템들이 전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선진국들의 모델이 되어가고 있는데 유독 정당정치만 후퇴한다면 국민들의 지탄을 받을 것이란 점을 여야 정치인 모두 마음 깊이 새겨야 한다"며 "코로나19 국난극복 국면에서도 20대 국회처럼 싸우기만 한다면 국민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란 위기의식을 정치인들이 갖는다면 21대에선 종전과 다른 협치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총선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것은 다수의 국민이 가장 절박하고 긴급한 과제라고 생각하는 코로나 위기상황이었다"며 "이번 총선 결과는 정당들이 코로나19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보였는지에 대한 '단기적' 평가였고, 이후 4년간의 21대 의정활동을 보고 유권자들의 평가가 대단히 많이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1대 국회의 의석수 분포와 각 정당 득표율은 코로나 이전 시대의, 과거의 게임 룰에 따른 것으로 이 결과는 리셋(reset)돼야 한다"며 "이제 21대 국회에서의 경쟁은 과학과 복지 기반 국가로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의 전환에 필요한 법률과 제도를 누가 얼마나 잘 만들어내 대한민국을 다음 단계로 이행하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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