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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보릿고개' 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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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0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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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보릿고개' 면세점
'여행의 시대는 끝났다.'

코로나19로 사회가 멈춰 선 느낌이지만 그중에서도 여행 관련 부문은 특히 그렇다. 상당수 나라들이 문을 걸어 잠갔고, 떠났거나 찾아온 여행객들을 향한 눈도 곱지 않다. 우리가 그간 쉽게 떠났던 해외여행은 앞으로 몇 달, 어쩌면 몇 년간 그리움으로 남겨야 할지도 모른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공항은 비단 한 나라의 관문일 뿐만 아니라 자유와 여유로움의 상징이었다. 1주일 이상 길거나, 때로는 1박2일로 짧게라도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과 해외로 떠나는 것이 마치 일상과 같았다. 지난해 국내에서 해외로 떠난 이들은 약 2871만명이다. 우리나라 국민 수가 당시 기준으로 약 5180만명이니 지난해에만 국민 절반이 해외로 여행을 간 셈이다.

해외여행이 일상화되면서 면세점 업계도 빠르게 성장했다. 비행기 티켓을 끊은 뒤 할 일에 면세점 쇼핑은 자연스럽게 포함됐다. 그렇게 특별한 일도 아니다. 간단하게 화장품이나 향수 몇 개, 비행기 안에서 와인 한 병, 담배 그리고 명품 쇼핑까지. 공항 면세점은 언제나 선물과 쇼핑을 하려는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코로나19는 이 모든 일상을 허물었다. 코로나19로 지난 4월 인천공항 이용객은 15만3514명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578만6717명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수치다. 지난해 인천공항의 하루 이용객 20만명에도 못 미친다.

이 시국에 공항에 들어선 이들에게 면세점을 찾는 여유란 있을 수 없다. 하루 종일 문을 열어도 사람 한 명 찾기 힘든 텅 빈 면세점 매장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면세점 업계에서는 요즘 '면세점 부흥기'는 끝났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한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지만, 큰손이던 중국 단체관광객이 사라지자 곧 위기로 돌아섰다. 매년 고점을 찍어왔던 매출 성장률과 달리 '보따리상' 위주로 재편된 시장은 치열한 경쟁으로 살아남기 팍팍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는 결정타가 됐다. "생사기로에 서 있는 듯하다" "피가 마른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 면세점 업계가 최근 가장 많이 하고 있는 말이다. 코로나19 감염이 절정기를 지나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든 다른 업종과 달리 면세점 업계 전망은 암울 그 자체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대기업 3사 면세점의 지난 4월 매출액은 5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4월 약 2500억원에서 무려 80%가 줄었다. 1·4분기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각각 490억원과 3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은 43억원으로 겨우 적자를 면했지만, 지난해 1·4분기 영업이익 1066억원과 비교하면 허탈한 수준이다.

2·4분기 전망은 최악이다. 한순간에 고객 대다수가 날아간 상황이니 실적이 나올 수 없다. 앞으로 1~2년 동안 재유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이 '보릿고개'가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4월 이후 매출이 전무한 상황인데 악명 높은 공항 임대료와 인건비 등으로 1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가 가장 시급한 일로 '공항 임대료 인하'를 호소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지금 면세점 업계가 직면한 위기는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이 상황에서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속내를 모르겠다.
버틸 맷집을 알아보려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은 미련하다.

정부는 '착한 임대인' 시늉만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빨리 실질적 지원을 시작해야 한다. 대기업에 소속된 이들은 평범한 소시민들이다. 간신히 버티고 있는 이들을 벼랑 끝까지 밀지는 말자.

yjjoe@fnnews.com 조윤주 생활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