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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주 한국증권법학회장 "ATM 코리아 벗어나려면… 수준 높은 플레이어 불러모아야" [인터뷰]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5 17:18

수정 2020.05.25 17:18

단타꾼 놀이터 된 한국 증시
자본시장 생태계 조성 필요
DLF·라임사태 반복 안하려면
전문·일반투자자 시장 나누고
운용사 평가시스템 마련해야
강희주 한국증권법학회장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한국을 무엇으로 부르는지 아나? '현급지급기(ATM) 코리아'다."

강희주 한국증권법학회 회장(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사진)는 세계 자본시장에서 한국의 위치에 대해 "개발도상국 가운데서는 톱 레벨에 있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랫단에 머물러 있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증시는 아시아 내에서 유동성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성향의 개인투자자들이 많아 활기가 넘친다. 다만, 시장의 변동성이 높다는 점은 장점이자 약점으로 작용한다.

■자본시장 생태계 조성 필요

강 회장은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미국에 있는 한 발행사에 펀드 투자자들의 대규모 중도 환매 요청이 들어온다고 가정해보자. 발행사가 현금 보유량이 충분하지 않다면 가장 먼저 한국물을 판다고 한다"며 "다른 외국물에 비해 거래량이 많고, 현금화가 쉬운 데다 외환수급도 원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증시의 흐름은 'ATM 코리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코로나19 여파로 증시가 바닥을 찍자 3월부터 현재까지 개인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무려 20조원이 넘는 주식을 쓸어담으며 '동학개미운동'을 벌이고 있는 반면, 외국인은 비슷한 규모의 금액을 팔아치우며 '엑소더스(대탈출)'를 선택했다.

강 회장은 "한국증시가 단타꾼들의 놀이터가 아닌, 기업의 자본조달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본시장의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는 벤처 펀드들이 대거 모여 있다. 그 안에서 펀딩, 투자, 대출이 모두 충족된다. 보스턴에는 제약과 화학연구소뿐만 아니라 그곳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이런 식으로 수준 높은 플레이어들이 모여 에코시스템(생태계)을 이루면 자본시장도 전체적으로 발전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위험한 투자, 진입장벽 강화해야

강 회장은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을 계기로 투자위험도별로 시장 참여자들을 엄격히 구분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시장과 일반투자자들이 뛰어드는 시장은 구분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사모펀드 시장은 선수들이 노는 시장이라 공모시장에 비해 공부량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애초에 투자에 대해 스스로 방어할 수 없는 이들은 사모펀드 시장에 들어가선 안 된다"고 했다.

자산운용사에 대해서도 "평판이 중요한 시장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선진국에선 트랙레코드(운용실적)가 없는 운용사들은 시장에서 영업할 수 없다. 워런 버핏도 아버지에게 빌린 1만달러로 트랙레코드를 쌓아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우리나라는 2~3년 만에 급성장한 운용사가 나오는데 이는 정상이 아니"라며 "시장에서 평가받는 시스템을 만들어두면 자기 돈과 클라이언트의 돈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한다. 실력과 프로페셔널 정신으로 무장된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강 회장은 산재한 금융감독과 관련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자율규제는 넓혀주면서 금융감독청과 같은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금융감독청이 시행규칙이나 고시를 만들어 시장에 미리 관련 사항을 알려주고, 계도한 다음 이를 위반할 경우 제재하는 방안이 가능하다"며 "현재는 무엇이 규정인지도 모르다가 잘못을 저지르고 나서야 뒷북을 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강 회장은 그 동안 20년 넘게 증권과 투자은행(IB) 업무를 주로 맡아온 국내 자본시장의 산증인으로 꼽힌다.
그는 국내 자본시장이 발전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제시했다. 강 회장은 "미국에서는 국민의 40%가 증권계좌를 갖고 있다.
국민들이 주주가 돼 기업활동을 감시하니까 시장이 건전해진다"며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주식시장에 투자하면서 주주들에 의한 기업경영을 감독하고, 시장을 감시한다면 선진금융시장으로 가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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