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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상장규정 개정, 회계법인 부담만 덜어줬다

김정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7 08:52

수정 2020.05.27 08:52

2년 연속 의견거절로 상폐위기 맞은 에스에프씨
이촌회계법인과 재감사 책임 공방
금융위, '상장사의 재감사 부담 완화 필요' 거래소 요청으로 상장규정 변경
재감사 안 받아도 차기감사에서 적정의견 받으면 상폐 위기 벗어나도록
전기감사인이 재감사 거부하면 차기감사에서 적정의견 나오기 어려워
[파이낸셜뉴스] 상장사의 재감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추진한 상장규정 개정이 되레 상장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은 상장사가 재감사를 받지 않아도 다음해 감사에서 적정 의견만 받으면 상장폐지 사유가 해소되도록 제도가 바뀌었지만, 이는 동시에 감사인의 재감사 책임을 면한 것이어서 동일 감사인의 재감사를 통해서만 감사의견을 수정할 수 있는 상장사 입장에선 재감사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20일 금융위는 '상장사의 재감사 부담을 줄여주자'는 거래소의 요청에 따라 2019년부터 감사의견이 비적정인 상장사가 재감사를 받지 않아도 다음해 적정의견만 받으면 상장폐지 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코스피·코스닥 상장규정 개정을 승인했다.

이전까지는 감사의견 비적정(의견거절·부적정·범위제한 한정)을 받은 상장사의 경우 이의신청을 하면 동일한 감사인에게 재감사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재감사 수수료가 정기감사의 2.5배 수준으로 매우 높고 재감사를 받더라도 감사의견 변경이 쉽지 않아 증시에서 퇴출되는 사례가 많았던 만큼 전기 감사의견이 비적정이라고 해도 차기 감사의견이 적정이면 이를 기준으로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상장규정을 변경한 것이다. 이를 통해 피감법인의 요청에 따른 감사인의 재감사 책임이 사라졌다.


코스닥사 에스에프씨는 2018·2019년 연속으로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받아 최근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앞서 회사는 지난해 이촌회계법인에 2018회계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재감사를 세 차례 요청했다. 이에 이촌회계법인은 재감사를 위해 공문을 보내달라고 응답했으나 규정 개정 후 태도를 바꿔 결국 회신하지 않았다.

에스에프씨 관계자는 "PA(프라이빗 어카운턴트)와 임의감사 등에 20억원가량을 써야 했다"며 "이촌회계법인에게 의견거절 사유를 해소했으니 재감사를 통해 검증해 달라고 했지만, 시간을 지체하다 일방적으로 재감을 거부했다. 상폐를 결정한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에서도 상황은 이해하나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말했다.

이촌회계법인 관계자는 "내부 승인 절차를 위해 공문을 받았으나 심리 과정에서 (재)감사수임을 하지 않도록 결정됐다"며 "회계감사기준 가운데 감사계약에 대한 지침을 보면 적정의견이 나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 감사를 하지 말라고 돼있다. 내부 심리 결과 적정이 나갈 수 없으니 기준에 따라 공문을 보내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에스에프씨는 재감사를 받지 못한 채 차기감사를 위해 2019년 지정감사인인 한영회계법인에 정동·대현회계법인 두 곳에서 적정의견을 받은 2018년 임의감사보고서를 전달했다. 하지만 한영회계법인은 △기초재무제표 미확정 △관계기업 투자주식 평가 불가를 근거로 의견거절을 줬다.
한영회계법인은 "(이촌회계법인이 작성한)2018년 감사보고서가 감사의견(의견거절)을 표명하지 않아 2019년 1월 1일자 연결재무상태표에 대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2019년 한영회계법인이 작성한 감사보고서 보면 2018년 재무제표 수치에 대한 대체방법의 감사에 장애물이 있었다고 돼있다"며 "2018년이 비적정이라 2019년은 자동적으로 비적정이라는 (한영회계법인의)주장이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지 모르겠다.
관심을 두고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map@fnnews.com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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