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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생태계 망친다" 한국벤처투자 전주 이전설에 업계 난색

금융 공공기관 전주이전 공약 건
김성주·이상직 등 지역구 당선
총선 직후부터 이전설에 무게
인력유출 심각한 국민연금처럼
한국벤처투자 타격 입을까 우려


"벤처 생태계 망친다" 한국벤처투자 전주 이전설에 업계 난색
한국벤처투자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등이 입주해 있는 서울 서초대로 VR빌딩 전경

제2벤처붐의 마중물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가 지방으로 이전할 것이라는 주장이 강해지면서 벤처투자(VC) 업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100여명 남짓한 공공기관이 이전하면서 생기는 효과보다 벤처 생태계가 받을 피해가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27일 정치권과 벤처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벤처투자가 전라북도 전주 또는 부산광역시 등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전주행(行)이 기정사실화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한국벤처투자의 지방 이전설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총선 직후부터 이전설에 무게가 실렸다.

지난 총선에서 '국제 금융도시'를 기치로 금융 공공기관의 전주 이전을 공약으로 내건 김성주 전 국민연금 이사장(전주 병)을 비롯해 이상직 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전주 을) 등 여당 정치인들이 전주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특히 오는 28일 국토연구원에서 '혁신도시 성과평가 및 정책지원 용역' 결과를 발표할 때 2차 혁신도시로의 지방 이전 안(案)이 나올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국벤처투자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낼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업계에선 "'제2의 국민연금공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VC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전주로 내려가면 운용사들도 다 전주로 올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지만 국민연금 직원들만 내려갔고 투자 업계에도 혼선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며 "그래서 기금운용본부라도 서울로 올려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업계에서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전주로 이전한 지난 2017년 3월부터 2년 동안 퇴사한 기금운용직은 총 64명이다. 특히 해외대체 투자를 담당하는 해외대체실 인원이 9명, 해외증권실 직원이 11명에 달했다.

한국벤처투자 내부에서도 인력 유출이 이미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핵심인력들의 퇴사 이유가 '지방 이전' 때문"이라며 "회사 직원이 100여명 남짓인데다 젊은 직원들의 비중이 높아서 지방이전이 현실화되면 1~2년 동안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핵심 인력이 유출되면서 경쟁력도 저하될 것이라는 전망도 자연스레 따라온다. 국민연금도 이전 이후 경쟁력에서 의구심이 제기된 바 있다. 국민연금이 시장 대비 얼마나 운용을 잘 했는지 평가하는 지표인 벤치마크 대비 수익률(금융부문)은 지난 2017년 7.28%에서 2018년 -0.92%로 떨어졌다가 지난해야 11.33% 수익률을 회복했다.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한국벤처투자가 지방으로 가면 모태펀드 예산을 아무리 늘려도 4~5년 동안 시장에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도 "한국벤처투자와 일하는 VC, 그리고 VC의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이 대부분 서울에 있어서 지방 이전에 따른 코스트(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며 "젊은 직원들이 퇴사하면 사후관리도 쉽지 않아진다"고 말했다.

지방이전의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국벤처투자의 임직원은 100여명 남짓이므로 지방 이전을 해도 고용창출 등의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운용자산이 커서 '지방에선 큰 기관이 이전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한벤투의 1년 지방세가 1억원 정도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안다"며 "실익은 없고 피해만 큰데 왜 보내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정성인 회장은 "지방분권이라는 대의(大義)에는 공감한다. 지방분권은 필수적"이라면서도 "정치 논리 보단 국민경제와 산업 차원에서, 시장의 흐름을 따라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