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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무역전쟁' 일촉즉발… 美·中 전면전에 韓경제 후폭풍 예고 [홍콩보안법 통과]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8 18:20

수정 2020.05.28 18:20

홍콩 자본유출·신용등급 하락에
亞금융허브 상실땐 중국도 피해
금융재벌 지지·대선앞둔 트럼프
추가관세 등 단계적압박 가능성
코로나19에 이어 홍콩보안법을 둘러싸고 미·중 간 대립이 격화하면서 위안화 환율이 28일 사상 최저치에 육박했다. 이날 오후 서울 명동의 환전소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뉴시스
코로나19에 이어 홍콩보안법을 둘러싸고 미·중 간 대립이 격화하면서 위안화 환율이 28일 사상 최저치에 육박했다. 이날 오후 서울 명동의 환전소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뉴시스
【 베이징·서울=정지우 특파원 박종원 기자】 미·중 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과 제재절차에 각각 돌입하면서 세계경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이 예고대로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고, 중국이 맞대응한다면 지난해 1차 무역분쟁을 넘어서는 후폭풍을 겪을 수 있어서다.
다만 양국 역시 코로나19의 충격을 극복하지 못한 만큼 상호 공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콩은 미·중 양국 모두에 버릴 수 없는 금융시장이기 때문이다.

■美中 난타전에 세계경제 빨간불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을 실행에 옮길 경우 홍콩은 금융허브의 매력을 상실하게 된다.

현재 홍콩은 미국과 달러 페그제를 통해 홍콩달러를 달러당 7.75~7.8홍콩달러로 고정하고 있다. 이런 환율 안정성 덕분에 홍콩은 아시아 금융허브 역할을 하며 풍부한 외환자본을 유지해왔다. 페그제는 달러의 풍부한 유동성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중국의 통제가 강해지면 홍콩 금융시장의 개방성은 축소되고, 미국이나 중국의 자산가들이 굳이 홍콩에 자본을 두고 있을 이유가 사라진다. 이는 대규모 자본유출로 이어져 외환보유액 감소와 페그제까지 흔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이 홍콩보안법 제정 의지를 공표했던 지난 22일 홍콩증권거래소의 항셍지수가 전일 대비 5.57% 폭락한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홍콩 신용등급 하락도 피해가기 어렵다. 실제 미국 신용평가회사 피치 레이팅스는 지난달 홍콩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내렸다. 신용등급 하락 역시 자본유출을 가속화한다.

중국 경제 파장도 있다. 홍콩은 중국의 역외금융센터 역할을 맡아 중국의 외자유치를 지원했다. 중국제품의 주요 수출관문이기도 하다. 홍콩보안법은 '중국=홍콩' 등식을 의미해 홍콩은 미·중 갈등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

미·중의 난타전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도 관건이다. 양국은 서로 보복조치를 공언해왔다. 관세, 무역, 투자 등 다방면으로 추가 제재가 지속되면 충격은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양국의 타격전이 장기화될 경우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미·중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다. 양국 경제성장이 추락하고 실업률이 치솟으면 그 충격은 고스란히 주변 거래국에 옮겨갈 것이라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면전' 대신 '단계적 압박' 전망

예상되는 또 다른 미국의 제재는 홍콩보안법 제정 관료와 기업에 대한 무역제한, 미국 내 중국자산 동결, 비자제한 등이다. 보안법 제정에 일조한 책임을 묻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미국이 홍콩보안법 제정을 계기로 그동안 거론해왔던 대중국 압박을 재차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화웨이를 넘어 중국 5G에 대한 추가 견제를 내놓을 수도 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사실상 세계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중국의 지배력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1차 무역합의 파기, 추가 관세부과 등도 미국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다. 중국 경제소식통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한꺼번에 제재한 뒤에 하나씩 합의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중을 포함한 세계시장의 출혈이 큰 극단적 선택은 서로 회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자칫 공멸의 길로 들어설 수 있어 갈등을 봉합할 조율점 모색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지지세력 상당수가 금융재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에 제재를 가하면 지지세력의 손해도 불가피해 다른 수단을 고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또 다른 경제소식통은 "금융보다 관세 등 다른 분야로 압박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관세폭탄도 홍콩엔 실질적으로 큰 타격을 주긴 쉽지 않다.
홍콩의 제조업은 전체 산업 중 1% 수준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표면적으론 강력 대응 조치를 내세우지만 글로벌 경제에 충격은 미미한 수단들을 선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반중감정이 고조된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상승 기대는 가능하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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