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자의눈] '최상위 지배자'의 잔인한 인간 통제

뉴스1

입력 2020.05.29 08:07

수정 2020.05.29 10:13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쿠팡 물류센터.© News1 이재명 기자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쿠팡 물류센터.© News1 이재명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중교통에 대해 '마스크 의무화'가 도입된 26일 오전 대전역에 마스크 착용 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다.© News1 김기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중교통에 대해 '마스크 의무화'가 도입된 26일 오전 대전역에 마스크 착용 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다.© News1 김기태 기자

(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반년 전까지만 해도 들어본 적도 없던 '코로나19'가 시민들을 질기게 붙잡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대거 발생', '코로나19로 폐쇄합니다.'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움켜쥐고 있다.

시민들은 대략 3주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19로부터의 해방이 가까이 왔다고 믿었지만 이제는 '불편한 동거'가 올해내내 지속될 것이라며 체념하고 있다.


지난 6일 이태원 클럽에서 확진자가 나오기 전까지 신규 확진자는 10명 안팎으로 계속 유지됐고 그마저도 대부분 해외 유입 확진자였다. 경제도 점차 활력을 찾기 시작했고 등교개학도 큰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생활속 거리두기로 전환한 지난 6일 확진자가 이태원 클럽에 다녀간 사실이 확인되면서 방역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한 확진세는 쿠팡 부천물류센터를 거치면서 폭발했다. 바이러스는 방역의 허점을 한치도 봐주지 않고 파고들며 빠르게 세력을 키웠다.

'클럽까지 왔는데 마스크 좀 벗으면 어때', '주문이 밀려오는데 방역을 어떻게 다 준수하겠어.' 인간 욕망의 대가는 컸다. 전날(28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무려 79명이다.

사태를 심각하게 인지한 방역당국은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에 준하는 대책을 내놨다.

전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6월 14일까지 수도권 내 미술관·박물관 등 공공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중단하고 학원도 2주간 다니지 않도록 권고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수업을 연기한 학교는 284곳에 이르면서 방역당국은 등교 수준을 교육 당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대략 3주 전까지만 해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바이러스가 다시 인간 세상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시민들은 감염이 두려워서 혹은 강제적으로 일상과 자유를 크게 내준 상황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가 발표한 ‘코로나 위기와 4월 고용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취업자 수는 2월 대비 102만명이 감소했다. 취업 시장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바이러스는 일터에서의 일상을 앗아갔다.

대학생들은 MT는커녕 동아리 활동, 대면 수업조차 포기하고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다. 거의 석달 가까이 등교개학이 지체돼 초·중·고등학생들은 이제서야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마저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위협받는 상황이다.

취약계층의 삶도 마찬가지다. 노숙자들은 끼니를 해결하던 무료급식소가 자취를 감추면서 굶주린 배를 채우기 어려워졌다. 요양원이 면회를 금지하면서 노인들은 가족들을 만날 수 없게 됐다. 저소득층 자영업자들은 폐업을 면하기 위해 은행 앞에 줄을 섰다.

문화·종교 생활도 달라졌다.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 프로스포츠가 개막했지만, '무관중'이란 전제가 달려 시민들은 경기장에서 응원할 수가 없다.

종교인들은 종교시설에서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만 하고 접촉대면 모임도 자제해야 한다. 바이러스가 두려운 종교인들은 인터넷으로 예배를 드린다.

식생활 등 작은 일상도 조용하지만 빠르게 바뀌었다.

시민들은 외식을 자제하면서 음식을 주문해 먹는 비대면 식생활을 선택했다. 하지만 최근 쿠팡과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주문도 마음 편히 할 수 없게 됐다.

지난 26일부터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돼 시민들은 원칙적으로 먼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마스크를 꼭 써야만 한다.

물론 백신이 나온다면 인간이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지난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내년 4월 이전에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될 확률은 9%에 불과하다고 내다봤다.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통제당하느냐 통제하느냐의 싸움이 지속되겠지만, 이 싸움조차 포기하면 끔찍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스웨덴은 50인 이상의 모임만 금지하고 유럽연합 국가 국민에 대해선 출입국도 막지 않았다. 사실상 방역을 '포기했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로 느슨한 방역 정책을 폈다.

그 결과 전날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스웨덴의 확진자는 3만5088명이고 사망자는 4220명에 달한다. 특히 지난 13일부터 20일까지 스웨덴의 인구 100만명당 일일 사망자 수는 유럽 내에서 가장 많았다.


바이러스가 끈질기고 잔인하게 인간 사회를 통제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 싸움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인류의 미래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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