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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동양의 메르켈, 대만 차이잉원 총통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9 17:09

수정 2020.05.29 17:09

[월드리포트] 동양의 메르켈, 대만 차이잉원 총통
서방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있다면, 동양엔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이 있다.

집권2기를 막 시작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최근 국제사회에서 어느 때보다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 방역에 성공한 데다 중국과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의 단호한 대처와 발언은 '철의 여인'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차이 총통은 지난 20일 취임식에서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거부한다"고 천명했다.
반중 노선을 강하게 재확인한 것이다.

일국양제는 거부했지만, 차이 총통은 중국과 대만이 서로 '대등한' 관계 속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바다 건너편의 지도자'로 부르면서 함께 양안 관계의 장기적 발전을 도모하자고 제안했다.

대만을 국가가 아닌 '수복대상' 지역으로 보는 중국이 얼마나 부글부글했을까. 당장 중국 대만판공실은 성명을 내고 일국양제 관철 의지를 강조하면서 "어떤 국가 분열행위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맹비난했다.

차이 총리는 들은 척도 안 한다. 오히려 24일엔 홍콩의 민주화시위를 공개 지지, 홍콩 시민을 돕겠다고 선언하며 또다시 중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취임 닷새 만이다. 심지어 차이 총통은 27일 기자회견에서 홍콩인의 대만 이주와 취업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처리도 속전속결이다. 현지 매체들은 예산, 협조 시스템 등이 단기간에 마련될 것으로 내다봤다.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역대 대만 총통 중 최고치를 찍었다. 무려 74.5%다. 대만이 코로나19 방역에 큰 성공을 거두면서 지난해 말 조사 때보다 20% 이상 급등했다. 현재 대만에선 2400만 인구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441명, 사망자도 7명에 불과하다.

차이 총통의 단호한 결정과 일사불란했던 지휘통제 덕분이다. 그는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중국발 입경을 바로 봉쇄했다.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까지 서슴없이 내렸다. 마스크를 공적의료 물품으로 관리하는 아이디어도 대만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다. 차이 총통은 지난 4월 대만의 방역 성공기를 미국의 저명한 시사주간지 '타임'에 기고했다.

국제사회에서 외톨이 신세를 면치 못하던 대만의 존재감도 부쩍 커졌다. 중국의 압력으로 수교국가가 15개국으로 줄며 고립이 심화되고 있었다. 차이 총통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대혼란에 빠진 미국과 유럽 등에 마스크 1000만장을 기증하는 '마스크 외교'를 펼쳤다.

노력의 결과일까. 이번 차이 총통 취임식엔 41개 국가 92명의 주요 인사들이 축하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공식 성명을 통해 집권2기 시작을 축하했다. 미 국무장관이 대만 총통의 취임 축하 성명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차이 총통의 롤모델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라고 한다. 그는 과거 메르켈 총리의 결단력을 존경한다고 밝혔다.
단호함과 뚝심으로 무장한 그의 리더십은 이미 메르켈 총리와 닮아있다. 70%가 넘는 지지율을 얻는 점도 비슷하다.
고공행진하는 지지율 속에서 집권 2기를 시작한 차이 총통이 대만인들의 기대와 희망에 부응해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imne@fnnews.com 홍예지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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