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회적 거리두기' 전환 언제?…김강립과 정은경 두 목소리 왜?

뉴스1

입력 2020.05.29 19:07

수정 2020.05.29 19:07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이 29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본부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현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5.2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이 29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본부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현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5.2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감염병 위기단계 '심각' 시 한국정부 대응체계(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1
감염병 위기단계 '심각' 시 한국정부 대응체계(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1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 = 이태원 클럽과 쿠팡 물류센터 여파로 현행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 체계)'를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시 전환하는 방향을 놓고 방역당국에서 두 갈래 목소리가 나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등교수업을 어떻게든 유지하려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와 방역 사령탑인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놓고 미묘한 온도차를 보인 것이다.

다만 직접적인 갈등이나 견해 차이를 보였다기보다는 각자 맡은 역할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반응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 같은 기류는 28일~29일 이틀간 진행한 정례브리핑에서 속속 드러났다.


우선 중대본의 김강립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쿠팡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 "일일 확진자 수가 전일 하루 분명히 50명 기준을 초과했지만, 바로 사회적 거리두기 전환 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전환 여부는 확진자 규모 외에도 의료 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를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강립 1총괄조정관은 이태원 클럽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한 지난 9일 브리핑 때도 "향후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코로나19) 전파와 확산 양상을 봐야 한다"며 "지금의 확진 상황만 가지고 등교개학 연기를 거론하는 것은 매우 시기상조라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중대본의 박능후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 28일 열린 '코로나19 관련 긴급관계장관회의' 관련 브리핑에서 " 앞으로 1~2주일 기간이 수도권 감염 확산을 막는 데 중요한 고비가 될 수 있다"면서도 등교수업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중대본은 5월 29일부터 6월 14일까지 17일 동안 수도권 내 모든 공공·다중이용시설 운영을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내린 것도 '강화된 생활 속 거리두기'일뿐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반면 코로나19와 현장에서 싸우고 있는 방대본은 방역에 좀 더 적극적인 대응 입장을 갖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을 완화할 때는 평균 2주간의 안정세가 유지돼야 하고, 강화하는 것은 유행 속도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2주간 보고 강화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너무 늦다"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시 전환하는 문제에 극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 중대본과 결이 다른 목소리로 들릴 수 있다.

이 같은 두 갈래 목소리가 나온 것은 중대본과 방대본의 역할 차이에서 나온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대본은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재난이 발생할 경우 전체 상황을 통제하는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이다. 재난 상황에 따라 국무총리 또는 행안부 장관이 본부장을 맡는다.

현행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정세균 총리가 중대본을 총괄하고 있으며, 1차장 겸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았다. 중대본은 방역에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맡고 있으며, 관련 정부부처 의견을 조율하고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반면 방대본은 확진자가 발생한 현장에 역학조사관을 파견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코로나19와 전면에서 싸우는 사령탑 역할을 맡았다. 정무적인 판단보다는 감염병을 억제하는데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방대본은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이 '주의' 이상이 되면 설치하는 기관이다. 중대본 산하에서 활동하는 기구로 본부장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부본부장은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이 맡았다.

등교수업을 유지하겠다는 각오를 보인 중대본은 방역 외에도 다른 정부부처와의 의견을 조율하는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 전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반면 현장에서 방역 활동을 총괄하는 방대본은 코로나19 유행을 조기에 억제하는데 모든 기능이 집중돼 있어 중대본보다 보다 강도 높은 발언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정은경 본부장은 지난 27일 브리핑에서 "접촉자를 추적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추적하는 확진자 수나 노출된 공간이 많아지면 어느 정도 거리두기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작한 뒤 사회적 거리두기 재전환에 대한 여지를 두는 발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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