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1일 오후 3시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하교 시간이 되자 그 전까지 찾아보기 어려웠던 중·고등학생들이 거리에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 학생은 학원에 가는 길이냐는 질문에 "맞다"고 답하면서도 횡단보도의 불이 보행신호로 바뀌자마자 바로 달려나갔다.
이날 하교시간 이후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학원 수업시간을 맞추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전날(5월31일) 알려진 양천구 목동 소재 양정고등학교 학생 가족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소식은 듣지 못했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오는 3일 고1·중2·초3·4학년의 3차 개학을 앞두고 학생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와 학원을 오가면서 활동이 활발해지면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비교적 면역력이 높은 청소년들은 코로나19에 감염돼도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 '조용한 전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다만 이날(1일)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학생들은 코로나19 감염보다 학업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고 말했다.
학교 체육복을 입고 학원으로 향하던 고2 정미영양(가명)은 "코로나19 감염 불안은 있긴 한데 공부는 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학원을 다닌다"며 "주변 친구들도 많이 다니고 있다. 그만 둔 애들은 거의 없이 평소(코로나19 상황 전)와 비슷하게 다니는 거 같다"고 말했다.
정모군(14)은 중학교 2학년생이라 아직 등교 개학은 하지 않지만 학원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정군은 "보통 학생들은 집이나 학원 빼고는 다니는 곳이 없어 코로나19 감염 걱정은 전혀 없다"며 "학원을 네 군데 다니고 있는데 등교 개학 이후에도 계속 이렇게 다닐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감염 불안을 조금 더 강하게 드러내는 학생도 있었다. 이성은양(17·가명)은 "친구도 잘 안 만나려 하고 손소독제도 가지고 다니며 사용하는데도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무섭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학원도 안 다니면 좋겠지만 개학도 했고 시험도 봐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사실 개학을 안 했어도 학원은 다녔을 것 같다"며 학원으로 발길을 향했다.
하교시간 전인 이날 오후 2시쯤 <뉴스1>이 찾은 대치동 학원 4곳에서 직원들은 강의 준비에 한창이었다. 한 학원 관계자는 "하교 이후 방문할 학생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당분간은 휴원 계획이 없어 계속 문을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학생들의 반응은 전날 <뉴스1>이 목동 학원가에서 만난 학생들의 대답과도 비슷했다. 목동 소재 양정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 A군 가족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목동 학원가는 발칵 뒤집어졌다.
하지만 정작 A군이 음성판정을 받으면서 목동 학생들은 곧 안도하며 활동을 재개하는 모습이었다. 전날(5월31일) 목동 학원가에서 만난 김민지양(16·가명)은 "A군과 같은 학원을 다닌 것을 알게 돼 불안했었는데 음성판정이 생각보다 빨리 나와서 그나마 괜찮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친구들도 학원을 다 다니고 중간고사도 얼마 안남아 나만 학원을 안 다니기 어렵다"고 말한 김양은 그날도 학원으로 향했다.
목동 소재 B학원 관계자도 "(사회적 거리두기 당시에도) 휴원을 한 적이 있어 학원 사정이 어렵다"며 "(A군 가족의 확진 관련) 방역 조치를 시행한 만큼 앞으로 정상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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