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트럼프, 28년만에 ‘폭동진압법’ 발동 검토… 軍 대응 초읽기 [혼돈의 미국]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2 17:52

수정 2020.06.02 17:58

주지사 요청 없이도 병력 파견 가능
1992년 LA 폭동 때 마지막 발효
워싱턴DC 軍헬기 기동 ‘긴장 고조’
LA한인타운, 주 방위군 투입 주둔
미국 워싱턴DC 상공에서 1일(현지시간) 오후 11시 무렵 미 육군 소속 UH-72 라코타 헬리콥터가 초저공으로 위협비행을 하고 있다. 이날 최소 2대의 정부 헬리콥터가 시위대 해산을 목적으로 위협비행을 실시했다. 로이터뉴스1
미국 워싱턴DC 상공에서 1일(현지시간) 오후 11시 무렵 미 육군 소속 UH-72 라코타 헬리콥터가 초저공으로 위협비행을 하고 있다. 이날 최소 2대의 정부 헬리콥터가 시위대 해산을 목적으로 위협비행을 실시했다. 로이터뉴스1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시위를 잠시 멈춘 사이 테렌스 모나한 뉴욕시 경찰서장이 한 운동가와 함께 무릎을 꿇고 손을 맞잡고 있다. AP뉴시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시위를 잠시 멈춘 사이 테렌스 모나한 뉴욕시 경찰서장이 한 운동가와 함께 무릎을 꿇고 손을 맞잡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정부가 폭력시위 진압에 군부대와 헬기 투입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부터 이어진 흑인청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관련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28년 만에 폭동진압법을 발동, 연방군 투입을 예고했다. 이미 수도 인근에서는 군대 투입 징후가 포착됐고 한인타운에도 주 방위군이 배치됐다.

■LA 폭동 이후 28년 만에 군 투입

AP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폭력 시위를 엄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을 준수하는 미국인을 보호하고 폭동과 약탈, 방화 및 파괴를 멈추기 위해 민간과 군대 등 가능한 모든 연방자원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주일간 벌어진 약탈과 파괴 사례를 열거한 후 "이런 행동은 평화 시위가 아니고 국내에서 벌어진 테러 행위"라고 단언했다. 또한 "만약 지방정부들이 거주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거부한다면 나는 그들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미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남북전쟁 직후 통과된 대민지원법에 따라 일상적인 치안 유지에 연방정부의 미군을 투입할 수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대통령이 1807년에 제정된 폭동진압법에 따라 병력 배치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해당 법에 의하면 대통령은 미 영토에서 폭동이나 반란 시 미군을 투입할 수 있다. 폭동진압법은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요청으로 발동됐다.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따르면 플로이드가 사망한 지난달 25일 이후 이달 1일까지 LA, 댈러스, 시애틀을 비롯해 최소 6개 주의 13개 시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시위 과정에서 최소 5명이 사망했고 43개 도시에서 7200명이 체포됐다. 23개 주에서 주 방위군을 소집했다. 미 국방부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600~800명의 주방위군을 워싱턴DC에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주지사들과 화상 회의에서 주지사들이 "나약하다"고 질타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 밀리 합참의장을 시위 대응 책임자로 임명했다.

■수도에 군 헬기 진입, 한인타운도 긴장

관계자는 1일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주 방위군을 제외하고 워싱턴DC 이외 지역에서 동원된 병력들이 수도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CNN은 오후 11시 무렵에 최소 1대의 군용 헬리콥터가 초저공 비행 등 위협적으로 기동했다고 전했다. 미 자동차전문지 더드라이브는 미 육군 소속 UH-72 라코타 경헬리콥터와 연방수사국(FBI) 소속으로 추정되는 UH-60 블랙호크 수송헬리콥터가 시위대 해산을 목적으로 위협비행을 했다고 전했다. 워싱턴DC는 미국에서 육군이 주지사 승인 없이 병력을 배치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다.

같은 날 지상에서도 대대적인 시위대 체포가 이어졌다. 워싱턴포스트(WP)에 의하면 워싱턴DC 경찰은 이날 오후 7시에 시작된 통행금지령에 따라 금지령을 어긴 시위대를 체포했다. FBI와 주류담배화기단속국(ATF), FBI 인원들도 질서 유지에 투입됐다. 같은 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인터넷 기고에서 "시위대는 비난이 아니라 존경과 지지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시에 "다양한 형태의 폭력을 기도하는 일부 소수의 사람이 있다"며 폭력시위 자제를 촉구했다.

과거 LA폭동을 겪었던 한인사회는 한층 긴장된 분위기다. LA총영사관 등에 따르면 이날 LA코리아타운에는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이 진입해 경계를 시작했다.
방위군은 시위 종료까지 경찰과 함께 한인타운에 주둔할 예정이다. LA경찰과 시 당국은 같은 날 오후 한인 대표들과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한인 상점 피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2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한인 상점 피해는 79건으로 전날(26건)보다 3배 이상 늘었다.

pjw@fnnews.com 박종원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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