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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177석 거대여당의 좁쌀 정치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3 17:00

수정 2020.06.03 17:00

21대 국회가 문도 열기 전에 난기류에 휩싸였다. 개원협상은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차지할 수도 있다고 선언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여당 내부도 뒤숭숭하다. 당 지도부가 조국 전 법무장관과 공수처 설치에 비판적 입장을 냈던 금태섭 전 의원을 개원을 앞두고 본보기로 징계하면서다. 모두 여당발인 먹구름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상공에 드리우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2일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 5일 단독개원도 불사할 태세다.
총선 이후 첫 임시회 소집일을 '임기 개시 후 7일'이라는 국회법 규정에 맞추겠다는 것이다. "법에 정해진 날짜대로" 하겠다는 명분이다. 이에 미래통합당은 "히틀러식 법치 독재를 하면 앞으로 협조할 수 없다"(주호영 원내대표)고 맞섰다. 야당 측의 반발이 표현상 지나치다는 느낌은 든다. 하지만 다수 국민은 여당의 오만과 협량을 지적하기엔 모자란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4·15 총선 압승의 여세를 몰아 관행상 소수야당 몫이었던 법사·예결위원장까지 독식하겠다니 말이다.

거여의 독주 기미는 금 전 의원에 대한 당 윤리심판원의 징계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났다. 당 강령이나 당론 위배 시 징계가 가능하다는 당규가 근거라지만, "헌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김해영 최고위원)는 당내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이 앞으로 국회 운영 과정에서 의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군기잡기'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177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을 확보한 여당이다. 그런데도 당내의 정당한 작은 이견 하나 용납하지 않는 '좁쌀 정치'를 펼친다면? 여야 간 선의의 정책경쟁은 물 건너가고 무한 진영대결이란 구태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여권은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이 청와대 오찬에서 다짐했던 '협치'의 의미를 곱씹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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