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윤중로] 삼수 도전 나선 ‘사회적 가치법’

[윤중로] 삼수 도전 나선 ‘사회적 가치법’
21대 국회의 1호 법안은 일명 '사회적 가치법'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을 줄인 말이다.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기 앞서 '사회적 가치'란 표현은 한국 사회에서 참 생소하다. 개념의 포괄성과 다양성 때문이다.

어쩌면 '사회적'이라는 단어가 갖는 우리 사회의 막연한 이분법적 사고방식 때문에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사회적'이란 말의 반대는 '경제적'이라는 식으로 도식화돼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는 양립할 수 없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는 말이다.

국회에 앞서 사회적 가치를 적극 표방해온 대기업이 있다. SK다. SK 최태원 회장이 사회적 가치 전도사를 자처했다. 경제적 이익을 추구해야 할 대기업이 사회적 가치만 연일 부르짖는 최 회장의 행보에 의아해하는 표정들이다. 필자는 만날 기회가 있는 SK 임직원들에게 종종 '사회적 가치' 메시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는지 묻곤 한다. 그렇다고 답한 경우는 흔치 않다. 혹자는 최 회장이 뜻하는 사회적 가치 의미를 SK 전 직원이 이해한다면 엄청난 혁신이 벌어질 것이라 장담했다. 사회적 가치의 경제적 혁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말이다.

그만큼 사회적 가치의 뜻은 심오하면서도 모호하다.

그런데 최근 10여년 국회 법안들을 살펴보면 사회적 가치 관련 법안이 의외로 적지 않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되고 있는 굵직한 법들도 있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시행돼 최근 사회적기업 숫자가 3000개에 육박했다.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면서 협동조합 설립 붐이 일었다.

'사회적 가치'에 직접 연관된 법안 발의도 여럿 있었다. 19대 국회의원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사회적 가치법을 발의했지만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선 당시 김경수 의원과 박광온 의원이 재발의했지만 역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4년 처음 발의된 '사회적경제기본법'도 빛을 보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야심차게 1호 법안으로 내놓은 '사회적 가치법' 운명도 장담할 수 없다. 기존 유사법안처럼 폐기처분되거나 사회적기업 육성법처럼 탄력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회적 가치'를 명문화된 법으로 만드는 작업은 결국 우리 사회의 수용성에 달렸다.

이번 발의된 법안 관련, 당장 예상되는 난관은 시장원리와 사회적 가치의 충돌 이슈다. 공공기관의 제품 구매를 위한 입찰 과정에 시장원리의 핵심 축인 '경쟁'이 배제됐다는 문제 제기에 봉착할 수 있다.

나아가 이 법안 통과의 최종 난관은 진영논리의 싸움이다. 사회적 가치가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보수를 표방하는 야당뿐만 아니라 중도층 표밭까지 확장을 꾀하는 더불어민주당 내에서조차 이 법안에 대한 불편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사회적 가치를 시장에 본격 도입한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사회적 가치 도입 과정에 굴곡을 겪었다.
미국에서도 지난 1980년대부터 사회적 가치 바람이 불었다.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 속에서 사회적 경제의 필요성이 탄생했다. 한국에서도 사회적 가치의 법제화 여부는 시대 환경과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소통에 달렸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