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삐라 살포되면 생계막막…우리 목숨도 귀해" 접경지역민들 호소

뉴스1

입력 2020.06.05 16:45

수정 2020.06.05 16:45

접경지역시장군수협의회가 5일 '탈북민단체 대북전단 살포 중단 건의문'을 김연철 통일부 장관에게 전달한 가운데 경기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에서 농민들이 밭일을 하고 있다.2020.6.5 © News1 정진욱 기자
접경지역시장군수협의회가 5일 '탈북민단체 대북전단 살포 중단 건의문'을 김연철 통일부 장관에게 전달한 가운데 경기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에서 농민들이 밭일을 하고 있다.2020.6.5 © News1 정진욱 기자


김연철 통일부장관(오른쪽)이 5일 오전 탈북민단체 대북전단 살포 중단 건의문을 전달하기 위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를 찾은 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장인 정하영 김포시장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2020.6.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김연철 통일부장관(오른쪽)이 5일 오전 탈북민단체 대북전단 살포 중단 건의문을 전달하기 위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를 찾은 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장인 정하영 김포시장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2020.6.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4일 서울 중구 한 공원에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이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를 강하게 비판하며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제기했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한편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5월31일 김포에서 대북전단 50만 장과 소책자 50권, 1달러 지폐 2천 장, 메모리카드 1천 개를 대형 풍선에 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 2020.6.4 © News1 김명섭 기자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4일 서울 중구 한 공원에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이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를 강하게 비판하며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한편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5월31일 김포에서 대북전단 50만 장과 소책자 50권, 1달러 지폐 2천 장, 메모리카드 1천 개를 대형 풍선에 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 2020.6.4 © News1 김명섭 기자

(파주·김포=뉴스1) 이상휼 기자,정진욱 기자,박대준 기자 = "통일촌 마을 주민들은 3년 전부터 삐라(대북전단) 살포에 반대해왔다. 삐라를 배포하면 주민들은 일상에 막대한 불편을 겪는다. 하지말기를 간곡히 호소한다."

속칭 삐라 살포 문제가 다시 대두되면서 국토 최접경지역 경기 파주시 통일촌 주민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일촌 140세대, 480여명 주민들의 평균연령은 60~70대로 대다수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삐라를 살포할 경우 통일촌 주민들은 출입통제 때문에 농사를 지으러 이동하지 못하게 된다. 생계 걱정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이완배(68) 통일촌 이장은 5일 취재진에게 "삐라를 북으로 보내면 마을에 경보가 울리고 군부대는 출입을 통제한다"면서 "삐라 살포를 하지 말아달라.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북한의 실상을 알릴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접경지역인 파주시 지역민들도 우려가 크다. 문산 인근 한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어린 두 딸을 키우는 김모씨(37)는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목숨 걸고 넘어 왔으면서 접경지역민들의 목숨이 귀하다는 사실은 어째서 고려하지 않느냐"며 "이왕이면 대국적으로 중국 국경에 가서 날리길 바란다"고 권했다.

문산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임진각 DMZ 땅굴체험은 코로나19 여파로 문 닫았는데 삐라가 살포되면 또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염려했다.

이날 뉴스1 취재진이 찾은 접경지역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에서는 농민들이 여유롭게 밭일을 하고 있었다. 이날 만난 대여섯명의 농민들은 입을 모아 "생계에 지장을 주니 살포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이날 오전 11시께 강화도 석모도 항포항 인근에서 한 선교단체가 페트병에 쌀을 담아 북으로 보내려고 시도하다가 경찰에 제지 당했다.

접경지역 시·군 지자체 10곳을 대표하는 접경지역시장군수협의회 회장 정하영 김포시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를 방문해 김연철 장관에게 '탈북민단체 대북전단 살포 중단 건의문'을 전달했다.

정 시장은 "접경지역에서의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주민들이 많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은 빠른 남북관계의 개선, 남북관계 교류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주민들, 접경지역 지자체장들의 의견에 발맞춰 정부는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기 위한 법 제정을 검토 중이다.

한편 박상학 자유운동연합 대표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우리는 '삐라' 뿌릴 준비를 마쳤다"면서 "6월 25일 전후로 대북전단을 살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힌 정부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이러니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 대변인, 똘마니 소리를 듣는 것"이라며 "우리의 대상은 통일전선부가 아닌 2000만 북한주민이고, 김정은 정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대한민국이 주권 국가가 맞는지. 김정은과 김여정이 대한민국을 통치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며 "김여정 이 시건방진 여자에게 (정부가)기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나고, 문 정부는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에 침을 뱉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박 대표는 정부의 제재 방침에도 불구하고 대북전단은 계속 살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대표는 "우리가 15년 동안 안보낸 적이 있느냐"며 "경찰이 막아도 보냈다. 대북전단 살포 준비는 이미 끝났고, 살포는 6·25전쟁 70주년을 기념해 25일 전·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31일 오전 1시께 경기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대북전단 50만장과 소책자 500권, 1달러 지폐 2000장, SD카드 1000개를 20개의 대형 풍선에 담아 북으로 날려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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