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통령이 힘 실어준 질병관리청…보건연구원 복지부 이관 없던일로?

뉴스1

입력 2020.06.05 16:49

수정 2020.06.05 16:49

© News1 장수영 기자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김태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지시한 것은 신설하는 질병관리청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일명 'K-방역'을 견인하며 중견국으로 부상했고, 이를 이어가기 위해 질병관리청 역할과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것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국립보건연구원과 감염병연구센터로 확대 개편되는 감염병연구소를 복지부로 이관하는 방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립보건연구원이 복지부로 옮겨갈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검토'가 아닌 '전면 재검토'라는 단어를 쓴 것도 그만큼 질병관리청에 대통령의 관심이 각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국립보건연구원 이관 문제에 의중을 밝힌 것은 국립보건연구원 이관을 둘러싼 반대 여론이 불거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국립보건연구원을 복지부로 이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공개되자, 감염병 전문가를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질병관리청 승격,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반대 여론에 불을 지폈다.

이 교수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질병관리청 승격에는 황당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질본 산하기관인 국립보건연구원을 질병관리본부에서 쪼개 국립감염병연구소를 붙여서 확대한 뒤 복지부로 이관하는 계획은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복지부에 감염병 전문가가 얼마나 있다고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운영하느냐"며 "복지부 인사 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행시(행정고시) 출신을 내려 보내던 악습을 두 기관에서 하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 같은 우려가 쏟아지자 방역당국은 국립보건연구원 조직과 역할을 키우는 방안이라고 해명했지만, 반대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급기야 질병관리청 초대 청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도 브리핑을 통해 "저희(질병관리본부)가 판단하기로는 국립보건연구원은 보건의료 R&D 컨트롤타워로서 조직이 더 크고 전문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국립보건연구원은 감염병 연구 외에 유전체, 재생의료 등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연구기능을 담당해 복지부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연구사업과 통합하고 포괄적으로 진행하면서 발전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보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도 5일 브리핑에서 "국립보건연구원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뿐만 아니라 긴 호흡으로 보건의료 분야 전반의 연구를 다루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신설하는 질병관리청이 감염병 대응 및 질병 퇴치 업무를 총괄하기 위해 국립보건연구원을 산하조직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여론과 상반되는 의견이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원장으로 오기 전부터 국립보건연구원은 우리나라 생명의·과학 분야 연구개발(R&D)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고 다짐했다"며 "추상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의학뿐만 아니라 미래의학에 대한 비전과 연구 방향을 선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사례를) 봐도 질병관리를 담당하는 질병관리청 그리고 국립보건연구원 등 개별 기관의 임무는 차이가 있다"며 "질병관리청 임무는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안전을 보장하는, 즉시적 업무가 주로 이뤄지고 것을 대부분의 나라에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국립보건연구원, 즉 연구를 담당하는 기관 임무에는 지식 증진과 연구개발을 통해 국민 수명을 연장하는 등 호흡이 긴 영역이 업무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 수뇌부의 거듭된 해명이 나왔지만, 대통령 지시가 있었던 만큼 어떤 형태로든 현행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내용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방역당국은 관계부처와 국립보건연구원 이전 여부를 포함한 정부 최종안을 조율 중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복지부 대변인)은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질병관리청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에 있어 국립보건연구원과 감염병연구소 이관방안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관계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최종적인 정부안을 만들게 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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