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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의존 경제' 심화…정부지원금 뺀 '시장소득' 5분위배율 12.1배 달해

뉴스1

입력 2020.06.06 06:30

수정 2020.06.06 15:06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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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서영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경제 충격에 따라 지난 1분기 가구간 소득격차가 심화됐다는 통계청 발표가 있었다. 그런데 통계청 발표에 포함돼있지 않던 1인가구와 농어가를 포함하면 소득격차는 더욱 극적으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 지원금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경제활동을 통해서 벌어들인 소득인 '시장소득' 기준 분배지표는 통계청 지표보다 5배 가까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 경제활동이 마비된 결과인데, 저소득층이 스스로 일하기보다 정부 재정에 의존하는 '재정 의존 경제'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인가구·농어가구 포함하면 소득분배 더 악화


지난달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1~3월(1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분배율)은 5.41배로, 1년 전(5.18배)보다 0.23포인트 상승해 전년보다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5분위 분배율은 소득 최상위 20% 가구(소득 5분위)의 월평균 소득을 최하위 20% 가구(1분위)의 소득으로 나눈 수치로, 숫자가 높을수록 소득이 더 불평등함을 의미한다.

다만 통계청의 공식 발표 수치는 1인가구와 농어가구 데이터를 제외하고 계산한 것이어서 실제 분배상태와 이와 다를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다행히 통계청은 마이크로데이터(원자료)를 통해 1인가구와 농어가구의 데이터를 모두 제공하고 있어 재량에 따라 이를 포함한 수치를 새로 구해볼 수 있다. 이에 <뉴스1>에서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바탕으로 통계청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수식을 써서 5분위 분배율 지표를 계산했다.

먼저 통계청 5분위 분배율이 '2인 가구 이상, 비농림어가' 데이터만으로 계산된 것과 달리 '1인가구 포함, 농림어가 포함' 데이터로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배율을 계산한 결과 Δ2019년 1분기 6.18배 Δ2020년 6.48배로 1년 사이 0.30포인트(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은 통계청 5분위 배율(2020년 1분기 5.41배)보다 불평등 정도가 1.07p 더 높으며, 악화되는 속도도 더 빨랐다.

통계청이 사용하는 5분위 분배율의 오차범위 산출 방식인 '부트스트랩(bootstrap)'방식(표본 내에서 5000번 무작위 복원추출해 구한 통계량들 사이의 분산을 계산하는 방식)에 따라 '1인가구와 농림5어가 포함'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분배율의 분산을 산출한 결과 2020년 1분기 표준오차는 0.20p이며 오차범위는 ±0.39p다. 2019년 1분기는 표준오차 0.19, 오차범위 ±0.37p다.

통계청은 이번 가계동향조사부터 조사방식과 표본 대상을 변경하는 바람에 과거 수치와 비교가 불가능하게 됐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표본 개선을 통해 올해 1분기부터 마이크로데이터에 농림어가구 표본이 함께 제공되기 시작했다. 농림어가는 공식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다 정확한 소득분배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시장소득 기준 5분위분배율 더욱 악화…저소득층 재정 의존 심화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한 5분위 분배율은 더욱 심각한 상황을 보여준다. 통계청 5분위 분배율은 '균등화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소득 백분율을 따지는데, 여기서 가처분소득이란 가구가 받는 근로소득, 사업소득 등 직접 일을 해서 벌어온 소득에 기초연금, 사회수혜금처럼 정부 지원금으로 받은 소득도 더해진 것이다. 반면 '시장소득'이란 근로소득, 사업소득 등 가계가 스스로 일을 해서 벌어온 소득만을 의미한다. 따라서 '균등화 시장소득' 5분위 분배율은 정부의 도움 없이 오로지 경제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소득의 빈부격차가 얼마나 되는가를 의미한다.

'균등화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한 '1인가구 이상, 농어가 포함' 5분위 분배율은 Δ2019년 1분기 10.98배 Δ2020년 12.13배로 1년만에 1.15p나 높아졌다. 수치 자체도 통계청의 가처분소득 기준 5분위 분배율의 2배 가까이 높다.

'시장소득'과 '처분가능소득' 양극화 정도의 차이가 심하다는 건, 달리 말하면 저소득층의 정부 의존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저소득층 일자리는 점점 사라져가는 한편, 이들의 소득을 정부 지원금으로 메꾸는 상황이 심화되는 것이다.

저소득층이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는 현상은 단지 코로나19의 여파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까.

통계를 보면 '시장소득'과 '처분가능소득' 5분위 분배율의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시기는 지난 2018~2019년이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 저소득층의 정부 의존 현상은 더 빠르게 일어나고 있었다. 비단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닌, 이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중기적 추세인 셈이다.

이 추세에는 정부 정책 영향과 경기 악화 영향이 모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시장개입정책에 따라 저소득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더 어려워졌고, 이어 정부의 지원금에 의존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대내외적 요인이 빚은 경기 악화에 따라 시장소득 격차가 심화됐고, 이 때문에 정부 재정이 투입된 면도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소득층 시장소득이 악화되고 정부 의존이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적 요인과 경기적 요인 중 어느 것이 우세한 지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