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고3 빼면 등교수업 절반 이하…"원격수업 내실 기해야" 목소리

뉴스1

입력 2020.06.07 06:05

수정 2020.06.07 06:05

지난 3일 대구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지난 3일 대구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신학기 시작 이후 99일 만인 오는 8일을 기해 모든 학생이 등교수업을 듣게 된다. 고3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은 등교 개학 이후에도 가정에서 학습하는 빈도가 높아 등교 개학 이후 원격수업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교육부의 순차적인 등교 개학 방침의 실효성이 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중1과 초5·6은 오는 8일 등교수업을 시작한다. 지난달 20일 고3, 지난달 27일 고2·중3·초1~2·유치원생, 지난 3일 고1·중2·초3~4에 이은 '4차 등교 개학'이다.


이에 따라 전국 유·초·중·고·특수학교에서 595만명이 교실에서 교사와 얼굴을 마주하게 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모든 학생이 매일 학교에 가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는 수도권을 비롯해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있는 지역의 경우 고등학교는 전체 학생의 3분의 2 이하, 나머지 학교는 전체 학생의 3분의 1 이하 등교를 권고하고 있다.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도 각급 학교에서 한 번에 등교하는 인원을 학교별로 3분의 2 이하로 유지해야 된다는 것이 교육부 방침이다.

입시를 코앞에 둔 고3은 매일 학교에 가지만 고1과 고2는 격주로 학교에 가고 중학교는 학년별로 1주일씩 순차 등교하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의 경우 반별로 1주일에 1번씩 등교하거나 등교 인원이 적은 2개 학년을 묶어 1주일에 1번씩 학교에 나오게 하는 상황이다.

등교 개학을 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원격수업이 중심이 되면서 등교-원격수업을 병행하는 이른바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혼합수업)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교 교육의 보편적인 형태로 자리잡은 형국이다.

교육계에서는 등교 개학 이후 원격수업이 '온라인 개학' 때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실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있어 오히려 공교육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 남양주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A교사는 "온라인 개학 때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도 진행하고, 학생들이 가정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학부모들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았다"며 "등교수업이 시작된 이후로는 학교 방역이 최우선 과제가 되면서 원격수업의 내실을 기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고 말했다.

A교사가 근무하는 학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을 막기 위해 등교수업을 진행하지 않는 교사에게 급식 지도와 쉬는 시간 학생 생활 지도, 층별 화장실 거리두기 지도, 등교 시 발열 체크, 하교 시 거리두기 지도 등 업무를 부여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퇴직 교원, 방과후학교 강사, 자원봉사자 등을 활용한 학교 방역 인력을 지원하고 있지만, 교사들이 방역 업무에서 제외돼 수업에 온전히 집중하는 환경이 조성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비판이 나온다.

A교사는 "학생들이 하루라도 학교에 나와서 선생님과 교감하고 친구들과 관계 맺기를 하고, 가정학습 때 미진했던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면서도 "원격수업의 비중이 여전히 높은 데도 가정 내 학습 효과를 제고할 방안을 찾는 데 시간을 쏟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B교장은 등교 개학 이후 학교의 최우선 과제는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것을 막는 일이 됐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애초 학생당 주 2회 등교를 추진했지만, 교육부의 '3분의 1 이하 등교' 권고 이후 학사 운영 계획을 수정해 주 1회 등교로 바꿨다.

B교장은 "학교의 인력과 공간이 한정된 상황에서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학교에 나오는 날은 하루고 나머지 4일은 집에서 수업을 듣게 되면서 원격수업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면 유휴 인력을 학교 방역에 총동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성토의 목소리가 나온다.
등교 개학 이후 교사들과 인터넷 학급방,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소통하는 일이 줄어 답답함을 느낀다는 의견을 담은 글이 인터넷 학부모 커뮤니티에 줄을 잇고 잇다.

경가 하남에 거주하는 중학교 2학년 학부모 C씨(45·여)는 "학교에서 원격수업과 관련한 피드백이 전혀 없다"며 "학교에 나가는 날보다 나가지 않는 날이 더 많은 상황에서 아이들이 소외되는 것을 막으려면 교육부가 '원격수업 도우미'를 파견해 선생님들의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대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산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어디든 원격수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며 "(교육부가) 학생들의 등교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것이 아니라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는 데 지속해서 투자해 학생들이 수준 높은 공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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