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나이키 사카이 LD와플 화이트 판매합니다. 한번도 신고 나간적 없는 새 상품입니다."
85만명이 이용하는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 카페에 올라온 게시글이다. 해당 글에는 '나이키 사카이' 운동화를 73만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리셀러'는 출고가 17만9000원으로 출시된 이 제품을 되팔아 '50만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남기는 셈이다.
이른바 '패피'(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리셀은 하나의 문화로 정작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웃돈을 내더라도 이미 '완판'되거나 '품귀'현상을 빚는 제품을 구하고 싶다며 기존가 보다 몇배 더 비싼 가격에 제품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구매한다.
◇이색 협업 상품…리셀가 많게는 8배도
패션업계에서는 이색 협업 상품은 흥행수표나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나이키'이다. 돈만 있다고 해서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추첨에 참여한 후 당첨되거나 매장 앞에서 줄지어 기다리는 이른바 '캠핑'을 해야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아디다스가 가수 '칸예웨스트'와 손잡고 만든 '이지부스트' 라인도 대표적인 리셀 제품군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시세가 많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과거 출고가의 8배 가격에 판매되기도 했다.
리셀러를 부업으로 삼고 있다는 최모(29)씨는 "나이키·아디다스는 리셀 시장에서 주목받는 브랜드"라면서 "이들 운동화가 유명 디자이너나 브랜드와 협업할 경우에 그 리셀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스니커 테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셀족은 비단 운동화만 파는 것이 아니다. 의류 패션업체들이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한 상품도 리셀 제품으로 꼽힌다. 과거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H&M이 발망·겐조 등 명품 브랜드와 협업해 선보인 제품도 리셀러들의 주요 타깃이 됐다.
일본산 불매운동 여파로 다소 시들해졌지만 유니클로가 에르메스 출신 프랑스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르메르와 손잡고 선보인 협업 컬렉션도 리셀족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다. 저렴한 가격에 르메르 제품과 비슷한 의류를 구매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패션업계 불황에도 소비자들은 협업 상품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향후 리셀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웬앤드컴퍼니 투자은행은 전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이 오는 2025년까지 60억달러(7조4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는 꼭 '신상'이 아니라도 인기 디자이너와 협업을 하거나 한정수량으로 출시된 희소성 짙은 '중고' 제품이 리셀 시장에서 인기"라면서 "과거에는 운동화 중심으로 리셀 시장이 형성됐다면 최근에는 중저가 의류부터 명품 브랜드 등도 협업 제품을 선보이면서 리셀 시장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색 협업상품에 몰리는 소비자들…홍보 효과도 톡톡
일부에서는 되팔기 문화를 비판하고 있지만 패션업계에서는 오히려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소비자들이 리셀 매물로 나온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질수록 상품 가치가 높아져 별다른 광고없이도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색 협업 상품을 '캠핑'(줄지어 기다리는 것) 또는 '래플'(추첨)에 등 이색 한정판 제품에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모습은 홍보 효과로 이어진다. 지난해 말 나이키와 빅뱅의 '지드래곤'이 협업해 선보인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 운동화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재판매를 목적으로 이 운동화 구매권을 얻기 위해 추첨권 응모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당시 기습적으로 진행된 추첨에 제품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갑작스럽게 몰리면서 판매 사이트의 서버가 일시적으로 다운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입소문을 탄 이 제품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구쳤다. 출고가가 21만900원에 불과했던 이 제품은 아직까지 글로벌 최대 리셀 사이트 '스탁엑스'(StockX)에서 평균가 2839달러(약 345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출고가의 10배 이상 가격이 상승한 셈이다.
이렇듯 리셀 시장이 점점 활발해지자 리셀족들을 위한 플랫폼도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중고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도 리셀 문화 성장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의 지난 1분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43% 늘어난 369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기 브랜드가 협업 상품을 한정된 수량으로 선보이는 이유는 '품귀현상'을 빚을수록 제품의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기 상품은 첫 출시된 가격보다 더 비싸게 팔린다"며 "리셀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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