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더 커진 수도권-지방 불균형… 균형발전 핵심은 지역 일자리" [데스크가 만난 사람]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7 16:36

수정 2020.06.07 16:55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에게 듣는다
세종에 간 네이버 제2데이터센터
불필요한 규제 줄여 한달만에 착공
지역 선택할 장기적 인센티브 필요
지자체·지역 대학이 인재 키우고
의무채용 늘려야 脫지방 막아
범부처간 조정 필요한데 권한없어
균형발전위가 행정위원회로 돼야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일 집무실에서 파이낸셜 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현재 수도권은 고도비만 상태다"라며 "기업들이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김범석 기자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일 집무실에서 파이낸셜 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현재 수도권은 고도비만 상태다"라며 "기업들이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김범석 기자
수도권 인구는 작년 말 기준 2592만5799명을 기록했다. 전체 인구 5184만9861명 중 50.002%다.
수도권 인구가 지방보다 많아진 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는 "1000대 기업 중 70%가 수도권에 있다"며 "30대 기업 중에선 단 1개만 지역에 있다"고 설명했다. 생태학적으로 '조화가 무너진 상태'다. 그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기적인 혜택으로는 기업을 움직일 수 없다고 단언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년 사이에 기업 2만5000개를 미국 본토로 되돌리고 있다"며 "이전 비용 20%를 대주고 법인세도 10% 깎아줬다. 우리도 파격적인 조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제 취임 넉달째에 접어든 김사열 위원장을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만나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소신과 철학, 위원회 추진 정책 등을 들어봤다.

김사열 위원장은 대구 시민사회운동 1세대다. 그는 대학에서 탈춤반을 만들었다. 졸업 후에는 직접 극단 '함께 하는 세상'을 만들어 대표도 맡았다. 이후 덴마크 유학길에 올랐다. 코펜하겐대학교에서 분자생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7년 경북대 생명과학부 교수로 자리를 잡은 후에도 시민사회운동을 놓지 못했다. 서있는 위치는 달랐지만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을 더 좋은 사회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는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이런 그가 지난 3월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했다. 한 지역의 변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인물이 비대칭적인 국토발전을 해결하는 중책을 맡게 된 것이다. 김 위원장의 전공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분자생태학'을 연구하고 강의한다. 분자 단위에서 생물 간의 상호작용을 다룬다. 그는 '조화'를 언급했다. 위원장은 "생태학에서 설명하는 생명체 특성 중 하나가 '조화'다. 조화가 무너지면 병이 생기고 고통을 받는다"며 "대한민국은 수도권 인구가 너무 비대하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여기까지 와버렸다"고 진단했다.

대담 = 김태경 정책사회부장

―이제 취임 4개월째다. 균형발전의 현주소를 직접 살펴보니 어떤가.

▲균형발전을 강조한 지 오래됐지만 수도권 인구가 너무 비대하다.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던 길을 가고 있다. 수도권을 규제하고 있는데도 이 정도까지 왔다. 사람의 비만 정도는 과체중, 비만, 고도비만으로 나뉜다. 수도권은 고도비만이다. 가장 병적인 상태다. 반면 지방은 저체중이다. 영양실조 수준이다.

―균형발전을 위해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이 있나.

▲지역이 직접 주도하는 '지역혁신성장계획'을 새롭게 추진 중이다. 지역이 주도하는 혁신성장을 위해선 지역특성에 맞는 혁신생태계 구축과 지역주도의 운영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은 그 수준이 매우 낮다. 각각의 중앙부처 사업에 지자체가 응모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중앙부처 칸막이에 가로막혀 국토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는 일부 예산만 부담할 뿐, 사업 기획관리·평가에 직접 관여하기 어려운 구조다. 내년부터 총 14개 시·도에서 지역혁신전략산업이 시행된다. 총 9112억원이 투입된다. 각 시·도의 비전을 정하고 구체적인 혁신산업 분야를 정리했다. 예컨대 강원도는 '생명건강·청정 혁신산업'이란 비전으로 바이오헬스, 디지털헬스케어, 지능형관광서비스 등 분야를 특정했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분야들이다.

―지역인재 의무채용 규모를 확대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렇다. 지역인재 의무채용 대상기관을 기존 109개에서 130개로 확대했다. 의무채용비율은 2018년 18%에서 올해 24%까지 늘어났다. 문재인정부 내에 3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더 늘리려 한다.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전력이 나주에 있다. 인근 대학 전기학과 합격 커트라인이 올랐다. 좋은 기업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다.

―사기업들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지역으로 옮길 인센티브가 부족하다. 지금도 지자체들이 각종 혜택을 주고 있지만 기업들이 오지 않는다. 매력적인 유인책이 아니라는 증거다. 이스라엘, 프랑스 사례를 연구 중이다.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보유세를 많이 낮춰준다. 일시적 처방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혜택을 주는 것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엔 파격적인 조건을 줘야 한다. 득이 되면 알아서 움직인다. 지난해 네이버 데이터 회사가 세종시로 갔다. 시장님에게 노하우를 물었다. 기본적인 세재혜택에 더해 과도한 규제를 완화했다고 한다. 공장, 시설을 지을 때 규제가 많다. 불필요한 규제를 줄여서 한달 만에 착공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시간 단축도 비용 절감에 큰 효과를 낸다. 지역에서 더 적극적인 아이디어를 냈으면 한다.

―지역의 대학 역할도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 역사를 보면 지역과 대학이 밀착해서 협력한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립대는 지역과의 관계가 소원했다. 하지만 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지역경제와 상생하고 일종의 공공재 역할을 맡고 있다. 지역 대학의 쇠락은 지역경제 쇠락을 초래한다. 이는 다시 지역학생들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악순환으로 돌아온다. 균형발전의 핵심은 지역인재 양성을 통한 지역 일자리 창출이다. 대학은 끊임없이 지역과 소통해야 한다. 대학의 지식과 정보, 종합적 역량을 지역의 문제 해결을 위해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을 확대키로 했다. 3개 지역에 대학·지자체 컨소시엄을 선정한다. 총 1080억원이 투입된다.

―공공기관 이전 혁신도시가 주말에는 유령도시로 변한다는 비판도 많다.

▲5~10년 정도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고 본다. 가족마다 모두 사정이 다르니 강제할 순 없다. 과거 이전 사례들을 살펴보면 이전 당시 직원들이 은퇴하고 새로 오는 분들은 대부분 정착했다. 교육문제도 중요하다. 교육 걱정 때문에 아버지만 내려오고 가족들은 수도권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수도권보다 나은 교육 여건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지역 교육청과 함께 고민해서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

―위원회 업무는 범부처 간 조정이 필요한 일이다. 쉽지 않겠다.

▲균형발전위원회를 행정위원회로 만들어야 한다. 계획을 만들지만 실행은 하지 않는다. 마음이 편할 수는 있어도 권한이 없다. 실행도 하고 책임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 프랑스가 우리보다 먼저 균형발전사업을 시작했다. 두 국가 모두 행정위원회 형태로 돼있다. 16년 동안 정권이 바뀌었지만 위원회를 없애진 않았다. 모든 정부가 균형발전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수도권·비수도권, 광역·기초지자체, 마을 단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분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더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일할 수 있는 구조가 미흡하다. 또한 우리 위원회도 세종으로 이전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으론 쉽지 않다. 직원 5분의 4는 타 부처 파견 공무원이다. 5분의 1은 직접 채용한 분들인데, 계약직이다. 이분들의 고용이 확실해야 불편을 감수하고 내려갈 수 있다. 남들보고 지역으로 내려가라고 유도하는 역할인데 서울에 있으면 안되지 않나.

―더 필요한 조직은 없나.

▲연구소가 필요하다. 서울연구소 등 지자체 단위 연구소가 많은데 국가연구소는 없다. 위원회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고급인력이 많다. 다른 곳에서 2명분의 역할을 하던 분들이다. 이런 분들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실무적인 업무와 연구 분야를 구분해야 한다. 고생하는 직원들을 보면 너무 애처롭다. 균형발전을 고민하는 연구소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역의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다른 나라를 보면 대체로 대도시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한국 사례도 유사하다. 대구, 경북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을 때 그 시작은 경북 경산이다. 대구로 넘어와서 문제가 커졌다. 반면 경북 전체로 확대되지는 않았다. 인구 밀집도가 낮은 시골에선 번지지 않은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교통 발전으로 국제화가 많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일부 지역에서 감염병이 발생하면 '풍토병'이라고 했다. 한 지역에서 발생하고 만다. 하지만 지금은 순식간에 퍼진다. 전 세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현 상황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이번엔 코로나19가 왔지만 20, 21 순으로 계속 올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보면 지역이 오히려 살 만한 곳이다. 생태학적으로는 수도권처럼 밀집된 곳은 금기에 해당한다. 분산이 필요하다. 위원장에 취임한 후 서울 3일, 대구 2일, 나머지는 시골집에 가있는다. 개인적으로 시골에 있을 때 행복도가 가장 높다.

―현장의 목소리도 중요하게 여기신다고 들었다.

▲코로나가 진정되면 실제 지역 현장을 방문해서 목소리를 들어보려 한다. 지역 산업공단도 방문해 기업이 가진 어려움을 확인하고 정책에 반영할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촛불정부로 불린다. 시민이 만든 주권시대의 정부다.
국민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지역주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들어보고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으면 된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위촉장을 수여할 때 일 욕심을 내줄 것을 당부하셨다.
저 역시 그간의 정책 성과들을 잘 관리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역할을 해 나가려고 한다.

■ 김사열 약력
△64세 △경북 의성 △대구 계성고 △경북대 생물교육학과 △경북대학원 생물학과(이학석사) △덴마크 코펜하겐대 생물화학과(이학박사) △KIST 한국생명공학연구소 객원선임연구원 △경북대 생명과학부 교수(현)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전문위원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대구·경북지회 회장(현)

정리=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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