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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혀가 떪은 맛을 느낀다… 인간 미각보다 10배 민감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8 12:03

수정 2020.06.08 12:03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고현협 교수팀이 유연 기판 위에 만든 '전자 혀'. UNIST 제공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고현협 교수팀이 유연 기판 위에 만든 '전자 혀'. UN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인간 혀의 미각 감지 기능을 모방한 센서를 개발했다. 이 센서는 인간보다 떫은 맛을 10배이상 민감하게 검출이 가능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인체의 맛 감지 원리를 모방한 센서가 떫은맛을 정량적으로 표현 할 수 있어 각종 식품, 주류 개발 사업 및 과일 모니터링 분야 등 폭넓게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고현협 교수팀이 미세한 구멍이 많은 고분자 젤을 이용해 '떫은맛'을 감지하는 '전자 혀'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고현협 교수는 "저렴하고 유연한 재료를 이용해 소형화된 전자 혀를 개발했다"며 "제작이 간편하고, 분석을 위한 복잡한 시편 준비 과정이 없어 식품, 주류 산업 뿐만 아니라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진은 개발한 전자 혀로 와인, 덜 익은 감, 홍차 등의 떫은 맛을 감지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전자 혀는 레드, 화이트, 로제 와인 등 다양한 와인의 떫은 맛 정도를 정량적으로 감별했다. 연구진은 전자 혀가 검출해 낼 수 있는 떫은맛 범위도 넓을 뿐만 아니라 센서에 접촉 즉시 떫은 맛 정도를 알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간 혀의 얇은 타액층이 떫은맛 분자 결합해 만들어지는 응집체가 기계적 수용기를 자극해 떫은맛을 느낀다. 이번에 개발된 전자혀는 인간 혀와 마찬가지로 떫은맛 분자와 단백질이 결합하면 수화젤 내부에 소수성 응고체가 형성되는 원리를 이용해 떫은맛을 감지할 수 있다. UNIST 제공
인간 혀의 얇은 타액층이 떫은맛 분자 결합해 만들어지는 응집체가 기계적 수용기를 자극해 떫은맛을 느낀다. 이번에 개발된 전자혀는 인간 혀와 마찬가지로 떫은맛 분자와 단백질이 결합하면 수화젤 내부에 소수성 응고체가 형성되는 원리를 이용해 떫은맛을 감지할 수 있다. UNIST 제공
제1저자인 염정희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훈련을 받은 전문가는 수십 마이크로몰(μM) 농도의 떫은 맛 검출 할 수 있는데 반해 전자 혀는 2~3 마이크로 몰 농도 수준의 떫은맛까지 검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떫은맛 분자와 결합하면 물과 잘 섞이지 않는 응집체가 만들어지는 '이온전도성 수화젤'을 이용해 전자 혀 개발에 성공했다. 혀 점막에서 일어나는 떫은 맛 감지 원리를 모방한 것이다.

이 고분자 젤은 혀 점막 단백질 역할을 하는 '뮤신'과 염화리튬이온을 포함하고 있으며 미세한 구멍이 아주 많다. 뮤신이 떫은 맛 분자와 결합하면 미세 구멍안에 '소수성 응집체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데, 이는 염화리튬이온의 전도성을 변화시켜 떫은 맛을 전기적 신호로 검출할 수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사이언스의 자매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6일자로 게재됐다.

한편, 와인이나 덜 익은 과일을 먹으면 입안이 텁텁해지는 떫은 맛을 느낄 수 있다. 탄닌과 같은 '떫은맛 분자'가 혀 점막 단백질과 결합하면 만들어지는 물질이 점막을 자극한다.
이로인해 사람은 이를 떫은맛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반면 단맛이나 짠맛은 혀 돌기 속 맛 감지세포 덩어리인 미뢰가 그 맛을 감지한다.
따라서 떫은 맛을 감지하려면 이미 개발된 단맛 등을 감지하는 전자 혀와 다른 원리로 작동하는 전자 혀 개발이 필요하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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