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 1년 9개월만에 ‘불통’
북한이 8일 오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업무개시 통화를 받지 않았다. 북한이 전화에 응답하지 않은 것은 2018년 9월 14일 사무소 업무 시작 이후 처음으로, 북한이 연락사무소 폐쇄를 염두에 둔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북한은 그동안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연일 격렬한 불만을 표출해온 점에서 북한의 이날 업무통화 두절이 이와 직결된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날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오늘 오전 연락사무소에 예정대로 북한과 통화연결을 시도하였으나 현재 북측이 받지 않고 있다"면서 "오후에도 예정대로 전화를 시도할 예정이고, 이와 관련 정부는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포문을 연 이후 연일 대남비방을 쏟아내고 있다.
오전 9시와 오후 5시 하루 두 차례 업무개시와 마감을 확인하는 연락조차 받지 않는다면 연락사무소는 존재 이유를 잃게 되고, 이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는 문재인정부 정책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는 연락두절이 일시적 상황에 그칠지는 예측이 어려워 보인다.
만약 북한이 이번 연락두절을 시작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산물이자 상징인 연락사무소 폐쇄 조치를 취한다면 관계 회복을 열망하는 우리 정부의 의지와 달리 남북관계는 파탄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연히 정부의 남북협력사업도 추진력을 잃게 되고 대폭 수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북한의 대남압박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것과 관련,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이중고 속에 처한 북한이 강경책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의 '정면돌파전' 기조가 코로나19에 주춤했지만 다시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면서 이번 사안에 대해 "북한은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해 미국의 관심을 끌고 이를 통해 협상에 다시 나서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 한국에 바라는 것은 대북제재 국제적 공조상 해줄 수 없는 것들이고, 단기적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라면서 "정부는 현 상황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것이 아니라 상황의 전개를 지켜보면서 일단 신중하게 기다려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이 연락사무소 폐쇄를 공언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진정한 속내는 알 수 없다. 통일부가 우선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도 북한 스스로 의도를 밝히기 전까지 섣불리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으로 읽힌다.
실제로 현재 동·서해지구 남북 군 통신선, 양측 함정 간 국제상선공통망(핫라인)은 정상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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