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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논쟁 뛰어든 잠룡들…"취지는 이해" "사회주의 배급제"

송주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8 17:49

수정 2020.06.08 18:02

박원순·이재명 이어 김부겸 가세
2년 남은 차기대선 핵심 화두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촉발시킨 '기본소득제' 논의가 정국을 흔들고 있다. 통합당뿐만 아니라 박원순, 이재명, 이낙연, 김부겸, 홍준표 등 여야 차기 잠룡들이 잇달아 논쟁에 가세하며 판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 복지 논쟁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지는 것은 지난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당시 '무상급식 논쟁' 후 10년 만이다.

다만 기존 복지논쟁과의 차이점은 각 진영 내부에서 이견이 충돌하며 내부경쟁이 거세다는 것이다.

■與, 전국민고용보험vs기본소득

여권 내부에선 전국민고용보험제와 기본소득제의 우선순위 문제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8일 여권 차기 대권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극난극복위원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기본소득제의 취지를 이해한다"면서도 그 내용과 재원확보 방안을 점검해야 한다며 유보적 입장을 내놨다.


반면 김부겸 전 의원은 기본소득제의 부작용에 대해선 강한 우려를 내비쳤다. 기본소득제를 실시하면 기존 복지제도를 축소하는 '보수적 기본소득제'가 도입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본소득제 대신 전국민고용보험제 실시를 더욱 중요한 정책과제로 평가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공동전선'을 구축했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도 충돌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은 현재 재원에서 복지대체나 증세 없이 가능한 수준에서 시작해 연차적으로 추가 재원을 마련하며 증액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 시장은 "전국민 기본소득보다 훨씬 더 정의로운 전국민 고용보험이 전면적으로 실시돼야 한다"며 고용보험제도 강화를 우선 주문했다.

■野, 보수의 정책vs사회주의 제도

보수진영은 기본소득제의 이념성을 둘러싼 대립이 치열하다. 사회적 안전망을 튼튼히 하는 기본소득이 보수진영 주요의제라는 입장과 사회주의적 제도라는 비판이 충돌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직접 기본소득에 대한 근본적 검토를 요구했지만 보수진영 중진들은 냉담한 반응이다.

이날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기본소득제의 본질은 사회주의 배급제도를 실시하자는 것과 다름이 없다"면서 "아무런 실익이 없는 기본소득제 논쟁보다 서민복지의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5선 정진석 의원은 "보수의 가치가 아니라 보수 정치가 실패했다. 우린 보수의 가치를 계속 지켜 나가야 한다"며 기본소득제 논의를 비판했다.

3선 장제원 의원은 "김 위원장은 빵을 살 수 있는 자유를 실질적 자유로 규정했다. 사회적 자유주의 이론에서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유의 가치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규정하고 속물적 가치로 평가절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김종인 위원장은 기본소득에 이어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저출생 문제는 교육 불평등과 연결돼있다"며 저출생 문제를 두번째 화두로 제기하면서 정치권에 또다른 파장도 예상된다.


저출생 문제는 진보, 보수 진영 논리를 떠나 우리 사회의 중요한 출산의 문제와 교육불평등 현주소를 고발하고 또 해소가 시급한 과제라는 점을 지적한 점 때문이다. 특히 그가 저출산이라는 익숙한 용어 대신 저출생이라고 표현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저출산이라는 표현이 저출산 책임을 사회적 환경이 아닌 여성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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