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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언택트가 답일까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8 18:31

수정 2020.06.08 18:31

[fn논단]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언택트가 답일까
최근 한국이 방역에 성공한 국가라고 칭송을 받는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만만치 않은 확진자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방역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전염병의 확산을 늦추는 데 성공한 것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렇다고 치료약이나 백신이 빠른 시간 내 나올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치료약이 곧 개발될 것이라는 희망을 담은 뉴스를 종종 접하지만 필자가 아는 제약산업의 특성상 신약 개발의 성공률은 후보물질 수만개 중에 하나를 찾아가는 확률을 가진다. 그리고 그 기간도 최소 10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된 전염병인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병된 것이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이다.
그럼에도 아직 백신이나 치료약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어쩌면 인류와 COVID-19는 지구상에서 같이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같이 살아가는 방법의 하나가 바로 요즘 부상하고 있는'언택트(untact)'이다. 사실 언택트는 콩글리시라고 한다. 정확히는 비대면(non contact)이 바르다고 한다. 아무튼 전염병은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옮겨간다. 따라서 만약 모든 사람들 간의 접촉을 막을 수 있다면 팬데믹은 금방 종식될 것이다. 가장 확실한 방역은 사회 기능을 정지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다. 모든 사람들이 자급자족하는 시대라면 모를까 사회 기능의 정지는 어쩌면 인류의 멸종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하고 사회가 작동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모색된 것이 언택트이다. 온라인쇼핑, 온라인예배, 온라인교육, 화상회의, 재택근무, 원격진료 등 많은 분야에서 팬데믹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언택트가 텍트(tact)를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여전히 COVID-19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데 왜 온라인 수업을 안하고 등교를 강행할까? 왜 재택근무를 안 하고 출근할까? 동영상으로 설교를 들으면 될 것을 왜 종교시설에 가려고 할까? 화상통화나 문자로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으면 될 것을 왜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만나서 식사를 하고 커피나 술을 마시고 노래방을 가려고 할까? 아마 생각건대 언택트가 사회의 기본적 기능을 유지하는 데 유용한 것은 맞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것을 넘어 언택트가 담보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에도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언택트의 커뮤니케이션과 택트의 커뮤니케이션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언택트에 목매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코로나바이러스와 언택트가 세상을 지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러한 감옥 같은 철저히 서로 격리된 세상을 살아가고 싶어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마치 서구 사회가 위험을 무릅쓰고 봉쇄조치를 푸는 이유, 우리 교육 당국이 불안해하면서도 개학을 강행하는 이유, 마스크를 낀 채 가족과 친구들과 삼삼오오 거리를 걷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언택트는 더 많이 쓰일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그 기술이 많은 장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세상은 그 기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언택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 가지 대안이기는 하지만 유일한 솔루션은 아닐 수도 있다. 언택트라는 키워드에 너무 집착하지는 말자.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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