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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5월 구직급여 1조, 고용보험 둑 무너질라

전 국민 고용보험 앞서
기금 건전성 바로잡길

5월 구직급여가 1조원을 넘어섰다. 고용노동부가 8일 발표한 노동시장 동향에서 나온 수치다. 월 지급액이 1조원을 웃돈 것은 1995년 고용보험제도를 시행한 뒤 25년 만에 처음이다. 이유는 여럿이다. 코로나 경제위기로 올 들어 실업자가 갑자기 늘어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구직급여 액수를 높이고 기간을 연장한 탓도 있어 보인다. 지난해 10월부터 실업급여 지급기간은 최장 240일에서 270일로 늘었고, 급여액은 실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높아졌다.

구직급여 월 1조원은 그 자체로 나쁜 소식은 아니다. 고용보험은 지금처럼 어려운 때 실업자를 도우라고 만든 제도다. 말 그대로 보험이다. 현재 보험료율은 1.6%다. 사업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낸다. 정부는 고용보험기금을 관리만 한다. 역설적으로 구직급여 1조원 돌파는 고용보험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걱정은 고용보험기금의 건전성이다. 아직은 기금이 흑자다. 지난해 말 기준 7조8300억원이 쌓였다. 그러나 추세를 보면 기금 펑크는 시간문제다. 2017년만 해도 10조원 넘던 기금이 푹 줄었다. 연간 단위로 보면 올해까지 3년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한 해 들어온 보험료보다 내준 보험금(구직급여)이 더 많다는 뜻이다. 이러니 5월 한 달 지급액이 1조원을 넘었다는 소식에 덜컥 겁부터 난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무사태평이다. 그저 더 줄 생각만 한다. 지난달 국회는 예술인에게도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나아가 정부·여당은 학습지 교사 같은 특수고용직, 배달앱을 활용하는 플랫폼 노동자한테도 고용보험을 넓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너무 서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자영업자를 보면 안다. 자영업자는 지금도 본인이 원하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입률은 1%를 밑돈다. 보험료를 100%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마당에 정부·여당은 궁극적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 구상까지 꺼냈다. 당최 무슨 돈으로 고용보험을 확대하겠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당장 급한 건 현 고용보험기금의 건전성을 높이는 일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보험료율을 1.6%로 0.3%포인트 높였지만 기금을 장기 흑자 구조로 정착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귀찮지만 정작 해야 할 일은 놔두고 그저 광나는 전 국민 고용보험 이야기만 하니 도통 신뢰가 가지 않는다. 국가채무와 마찬가지로 고용보험에도 재정준칙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