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3도 덮친 수도권 깜깜이 감염 속수무책…"당국 희망고문 안돼"

뉴시스

입력 2020.06.09 05:00

수정 2020.06.09 05:00

클럽, 물류센터, 탁구장 등 집단감염 어디서 나올지 몰라 최근 2주간 감염경로 미파악 8.9%, 금주 학교 본격 등교 방역 강화해도 개인 이동량 안 줄어…"행정력 갈 수밖에"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롯데월드가 지난 5일 중랑구 원묵고등학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학생의 방문으로 폐쇄된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에서 방역 관계자가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2020.06.08.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롯데월드가 지난 5일 중랑구 원묵고등학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학생의 방문으로 폐쇄된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에서 방역 관계자가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2020.06.08.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수도권에서 조용하게 퍼지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고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전파되면서 학교를 비롯해 수도권 어느 곳도 산발적 집단감염으로부터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최근 수도권의 감염 양상은 감염원을 알 수 없는 사례가 대부분이어서 감염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단기적으로 방역 조치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9일까지 방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롯데월드'를 다녀왔던 서울 중랑구 21번째 확진자는 원묵고등학교 3학년으로, 지난 5월16일 첫 증상이 나타났고 25일 1차 검사를 받았지만 음성 판정이 나왔다. 이후 다시 검사를 받아 이달 6일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 확진자의 동선을 보면 5월26일엔 집과 학교, 27일엔 집과 학교, 28일엔 집과 학교, 카페, 29일엔 집과 학교, 의료기관, 30일엔 집과 아직 역학조사 중인 방문지, 31일엔 집과 카페, 테마공원, 6월 1일엔 집과 학교, 2일엔 집과 학교, 대형마트, 3일엔 집과 학교, 카페, 편의점, 4일엔 집과 학교, 5일엔 집과 학교, 롯데월드 등이다.

1차 검사를 받은 후 롯데월드를 방문하기 전까지는 대부분 집과 학교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이 학생은 5월16일 첫 증상이 나타났다고 했는데, 이날을 기준으로 하면 최대 잠복기를 고려했을 때 5월 초 누군가로부터 감염이 됐다.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들도 5월초에 다수 발생했는데 이미 이 때부터 수도권에서는 조용한 전파가 이뤄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바이러스 양이 적고 아직 이 확진자로부터 추가 감염자는 없지만 잠복기를 고려하면 향후 확진자 발생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5월 이후 수도권에서는 이태원 클럽, 쿠팡 물류센터, 종교 소모임, 방문판매 업체 '리치웨이', 양천구 탁구클럽 등 관련 집단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모두 어떻게 감염이 됐는지 모르는 상태다.

5월25일 오전 0시부터 6월8일 오전 0시까지 최근 2주간 신고된 608명의 신규 확진환자 중 수도권에서만 54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기간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사례는 54명으로 8.9%에 달한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의 통제가 가능하다고 제시한 조건 중 하나가 감염경로 미파악자 비율 5% 이내였다.

문제는 조용한 전파에 의한 집단감염이 어떤 모습으로 발현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클럽, 물류센터, 교회, 탁구장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지만 학교, 요양시설 등에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학교의 경우 이번주부터 모든 학생들의 등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재갑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민들이)이 정도면 경각심을 가질 때도 됐는데 소규모 집단감염이 꼬리를 물고 있어 정말 많이 느슨해진 것 같다"며 "국민들이 못 지키면 행정력으로 갈 수밖에 없는 부분이 생긴다"고 경고했다.

[서울=뉴시스]정부가 수도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강화된 방역조치를 시행했지만 국민 이동량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이전과 비슷한 일상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정부가 수도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강화된 방역조치를 시행했지만 국민 이동량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이전과 비슷한 일상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그럼에도 당국은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8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갈지 말지에 대한 판단 여부는 생활 속 거리두기 속에서 했던 강화된 방역조치가 얼마만큼 더 효과성이 있는지 더 예의주시하면서 판단을 해 봐야 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수도권 방역강화 조치 이후 처음 맞이한 주말인 5월 30~31일 수도권 주민 이동량은 그 직전 주말인 5월 23~24일 대비 99% 수준이었다. 휴대전화 이동량은 약 6만3000건이 감소해 0.2% 하락했고 카드 매출액은 229억원이 줄어 1.7% 하락했다. 버스와 지하철 등 수도권 대중교통 이용객은 14만5000명이 감소해 1.3% 줄었다.


정부는 지난 3월21일 종교·체육·유흥시설 운영을 제한하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다가 5월6일 강제적 조치를 배제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했다. 이후 5월28일부터 6월14일까지 유흥시설과 일부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을 제한하는 방역 조치를 시행 중이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구·경북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 환자가 줄어들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즉시로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야 한다"며 "1~2주 후면 괜찮을거라는 희망고문이 계속돼 국민들도 피곤한데 전망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국민들에 알려 마음의 준비와 모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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