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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J의 야구수첩] '대호·승환·태균·근우' 황금세대, 82년생들의 마지막 불꽃

뉴스1

입력 2020.06.09 14:27

수정 2020.06.09 14:27

'황금세대'로 불리는 1982년생 프로야구 스타들. 왼쪽부터 이대호 오승환 김태균 정근우. (오승환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뉴스1
'황금세대'로 불리는 1982년생 프로야구 스타들. 왼쪽부터 이대호 오승환 김태균 정근우. (오승환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1982년생들은 한국 야구의 '황금세대'로 통한다. 2000년 캐나다 애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멤버들이라서 '애드먼턴 키즈'라고도 불린다.

추신수(텍사스), 이대호(롯데), 김태균(한화), 정근우(LG)가 대표적인 1982년생 애드먼턴 키즈다. 오승환(삼성)도 애드먼턴 대회에 출전하지는 않았지만 이들과 함께 황금세대로 꼽힌다.

메이저리거 추신수를 제외하고 이들 황금세대의 주축들은 KBO리그에서 한 획을 그었다.

대표적으로 이대호는 타격 7관왕, 김태균은 우타자 통산 최다안타, 오승환은 통산 최다 세이브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정근우도 공수주를 갖춘 리그 최고의 2루수로 군림했다. 국제대회에서도 이들의 활약은 돋보였다.

제아무리 최고의 선수라도 흐르는 세월을 어쩔 수는 없다. 이들도 나이를 먹어 어느새 불혹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 나이로 서른 아홉. 진작에 은퇴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동기들이 수두룩하다. 야구를 하고 있는 동기보다 야구를 그만둔 동기가 훨씬 많다.

여전히 이들은 각 팀의 중심이며, KBO리그의 스타 플레이어들이다. 잘하면 잘하는대로, 못하면 못하는대로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다. 이대호, 오승환, 김태균은 해외에서 뛰다 복귀하면서 큰 이슈가 됐고 정근우의 이적도 큰 화제였다.

선수 본인에게도, 팬들에게도 아쉬운 얘기지만 냉정히 말해 앞으로 이들의 활약을 지켜볼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짧으면 1~2년, 길어야 3~4년이다. 천년만년 현역으로 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은퇴에 가까워지고 있는 선수들에겐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이 소중하다. 그 선수들을 응원하며 바라보는 팬들에게도 아쉬운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는 요즘이다. 단지 그 사실을 잘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2020년 6월 9일. 1982년생 황금세대의 2명은 다시 스포트라이트 속에 경기를 치른다. 오승환과 김태균이다. 오승환은 해외 원정도박에 따른 징계를 마치고 복귀한다. 김태균은 사령탑의 자진사퇴 속에 팀 베테랑 중 홀로 1군 엔트리에 살아남아 최원호 감독대행 체제를 이끌어야 하는 위치다.

둘을 향하는 시선은 예전같지 않다. 오승환은 도박 이력 때문에 빛나는 커리어에 흠집이 났고, 김태균은 팀의 14연패 추락 속에 적폐로 몰리고 있다. 그나마 오승환은 삼성의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어 1할대 타율에 허덕이며 화살받이가 된 김태균보다는 낫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에서 버틸 수 있었지만 "힘이 남아 있을 때 국내 팬들 앞에 서고 싶다"며 징계를 감수하고 유턴을 결정했다. 김태균은 올 시즌을 앞두고 FA 1년 계약(총액 10억원)을 체결하며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한화보다는 사정이 괜찮지만 삼성 역시 하위권에 처져 오승환이 일으킬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김태균은 선수단의 리더로서 후배들과 함께 연패를 끊어야 한다. 남다른 각오로 올 시즌을 맞이한만큼, 다시 한 번 흔히 말하는 '존재감'을 보여줘야 할 때다.

이대호와 정근우는 일상처럼 시즌을 치러나가고 있다. 이대호는 3할 타율을 유지하며 역전 결승홈런을 터뜨리는 등 여전히 롯데에서 해결사로 활약 중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에서 LG로 팀을 옮긴 정근우도 성적은 특출나지 않지만 변함없는 허슬플레이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 외에 김강민, 신재웅(이상 SK), 정상호(두산) 등이 KBO리그에 남아 있는 1982년생 선수들이다. 이들은 베테랑의 장점인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후배 선수들의 뒤를 받쳐주고 있다. 부상자명단에 올라 있는 채태인(SK)도 1982년생 선수다.

마지막 불꽃을 피운다는 표현은 은퇴가 가까워진 선수를 수식한다.
1982년생들도 각자 다른 모양, 화력으로 마지막 불꽃을 피우고 있다. 여전히 뜨거운 불꽃도, 위태롭게 꺼져가는 불꽃도 보인다.
은퇴 경기에서 홈런 2방을 때려낸 '국민타자' 이승엽 정도는 아닐지라도, 황금세대의 멋진 마지막 불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