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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 나오자 가격 3배 치솟은 클레이, 투기수단 변질 경고음

김소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10 17:10

수정 2020.06.1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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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거래소 중심 이상급등
지닥 상장 직후 5배 이상 뛰기도
자금 섞이는 ‘벌집계좌’도 문제
투자자 피해 눈덩이 우려
그라운드X "원화마켓 상장 미정"
투자금 보호장치 사실상 없는 셈
클립 나오자 가격 3배 치솟은 클레이, 투기수단 변질 경고음
지난 3일 카카오 가상자산 지갑 '클립' 출시를 전후로 국내 중소형 거래소를 중심으로 클립의 기축통화 '클레이'가 잇따라 상장되고, 상장 한달 새 가격이 3배 이상 오르면서 가상자산 시장 곳곳에서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연동되는 '클립'의 대중화에 대한 기대감이 클레이 가격이 반영됐다 하더라도, 과도한 초기 가격 급등으로 인해 클레이가 클립 사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축통화 역할 보다는 투기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 클레이를 거래할 수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실명인증 가상계좌를 이용할 수 있는 대형 거래소가 아닌 벌집계좌 형태로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중소형 거래소들 뿐이라는 점에서 자칫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클레이 투기수단 인식 우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톡 클립 지갑 출시 후 클립에서 사용되는 가상자산 '클레이(KLAY)'가 상장 한달만에 가격이 3배 이상 폭등했다.

지난달 15일 지닥 거래소 상장 직후 96원이던 클레이 가격은 10일 오전 315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특히 클립 출시 직후인 지난 5일엔 지닥에서 개당 498원에 거래돼 상장 직후에 비해 5배 이상 급등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클레이 거래를 지원하는 다른 거래소 데이빗에서는 지난 2일 상장 당시 170원이던 거래 가격이 10일 오전 307원대까지 뛰어올랐다.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클립 출시라는 호재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최근 클레이의 원화시장 상장 초기 상승세는 과도한 면이 있어 보인다"며 "한달새 가격 5배 이상 급등은 일반 주식시장에서도 주의해야 하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또 "급격한 클레이 가격 상승은 시장에서 클레이를 클립의 서비스 이용을 위한 수단 보다는 투기수단으로 잘못 인식하도록 만들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거래소 벌집계좌 투자도 걱정

클레이를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들이 시중은행의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중소 거래소들 중심이라는 점도 걱정의 시선이 모아지는 지점이다.

현재 클레이를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들은 실명확인 계좌로 투자자가 직접 투자할 수 없고, 거래소의 법인계좌 하나로 투자금을 모두 입금받는 벌집계좌 방식을 쓰고 있다.

각 투자자들의 자금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거래소의 법인계좌에 한꺼번에 관리되는 벌집계좌는 먹튀, 사기 등 각종 가상자산 범죄 위험이 꾸준히 제기돼온 입금 방식이다.

클레이가 가격이 급등하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는 인기 상품인데도 실명계좌를 갖춘 대형 거래소들이 클레이를 거래하지 않는 이유는 클레이를 발행한 그라운드X가 공식적으로 원화시장 상장을 추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라운드X는 "특금법 등 가상자산 관련한 전반적인 규제 환경을 검토해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원화마켓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며 당장 공식적으로 틀레이 상장을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비트는 "클레이 역시 내부 상장절차에 따라 진행되겠지만, 상장 타이밍은 그라운드X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빗썸은 "자체 상장 기준에 따라 프로젝트의 사업성, 지속성, 기술력 등이 부합하면 상장은 열려있다"고 원칙적 입장을 밝히면서도 상장 여부에 대해 그라운드X와 사전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애둘러 설명했다.


■투자자들, 보호책 없는 시각지대로

그라운드X가 클레이 공식 상장을 추진하지 않고, 자체 결정으로 클레이를 상장하는 거래소들과는 협력관계를 끊는 방식으로 클레이 시중 유통에 대해 나몰라라 하는 동안 투자자들은 보호책이 없는 사각지대로 몰리고 있다는게 가상자산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그라운드X가 클레이 거래를 그라운드X와 관계없는 일로 규정하면서 오히려 클레이 투자자들은 실명계좌 이용이나 대형 거래소의 안정적인 시스템 등 투자금을 보호받을 장치조차 없는 사각지대로 몰리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한 전문가는 "카카오톡과 연동되는 클립과 클레이가 국내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 대중화를 위한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데, 자칫 투자자 피해라도 발생하면 높은 기대감은 일시에 가상자산 전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바뀔 것"이라며 "그라운드X가 클레이의 시중 유통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클레이 거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rk@fnnews.com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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