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특별기고]코로나 이후의 혁신을 생각한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10 18:07

수정 2020.06.10 18:07

신민영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겸임교수
LG경제연구원 자문
신민영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겸임교수
신민영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겸임교수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국의 주가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지난 1~2월의 고점을 거의 회복했다. 코로나 사태가 최악의 상황을 지나갔다는 판단에다, 각국 정부의 재정확대와 돈 풀기가 기름을 부은 격이다. 하지만 실물경제는 한창 생산감소의 터널 안에 있는 듯하다. 경기위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하고 이후 빠른 회복을 보일지도 의문이다.

많은 경우 경제위기 이후 성장세는 한풀 꺾이게 된다. 외환위기와 리먼 사태 이후 한국과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각각 2%포인트와 1.2%포인트 낮아졌다.
경제성장세 저하 경향은 투자와 혁신의 지체로 설명된다. 기업의 최우선 과제는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 위기를 견뎌내는 것이 되고, 새로운 시도의 우선순위는 뒤로 밀린다. 금융부문에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되는 반면, 투자자는 위험을 감수하려는 성향이 크게 약해진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벤처캐피털 규모는 이전에 비해 30%가량 줄었다

궁(窮)하면 통(通)한다 했던가. 코로나 충격으로 인해 전체 파이의 크기가 줄어든 반면 그 여파로 새로 혁신이 자극되고 가속되기도 하는 모습이다. 사실 위기에 맞닥뜨린 환경에서 혁신 성과를 낸 사례는 과거에도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세기 초 이상기후로 식량가격이 폭등, 말들이 굶어죽어 마차를 사용하기 어렵게 되자 자전거가 고안됐다. 대공황 당시 투자 급락에도 불구하고 나일론이나 인조고무 발명과 같은 혁신이 일어난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차 석유파동으로 기업의 비용이 급증하고 생산성이 떨어지던 시기에, 에어비앤비는 2008년 금융위기로 집값이 급락하던 상황에서 집을 가진 사람에게는 수익의 기회를, 여행자에게는 절약의 기회를 서로 연결해 주는 것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현 상황에서 많은 자금이 드는 투자와 이에 기반한 혁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혁신 방법에 변화를 주고 있다. 우선 소셜미디어나 가상현실, 3D프린팅 등을 이용해 많은 돈을 들이지 않는 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리스크와 비용 분담을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제약 라이벌 기업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 그 예다. 그렇지만 최근 혁신혁명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스피드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낡은 데이터와 과거사례 분석, 장시간 회의의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테스트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이키가 위챗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스포츠용품의 인터넷 판매를 늘리고 있으며 구글은 계열사 윙의 드론을 활용해 약품 등 생필품을 배송하고 있다.

정부는 연결과 협업, 현실 응용이 잘 되도록 도와주는 일을 첫손에 꼽아야 할 듯싶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규제 체제를 특징 짓는 '칸막이 규제'라는 표현은 뼈아프다. 개별 규제의 증가, 감소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업종과 업태들 사이의 칸막이를 실질적으로 낮춤으로써 새로운 시도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코로나 확산이 유발한 비상상황이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시험하고 상용화하는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점차 국가 간 경쟁 양상을 띨 것이다. 두 번째 중요한 정부의 역할은 연결, 협업 중심의 혁신에 필요한 인프라를 강화하는 일이다.
필요는 하지만 민간부문이 선뜻 뛰어들지 못하는 영역들이 적지 않다. 사람을 키우고, 교통망, 통신망을 구축하는 일들이 그렇다.
특히 법이나 제도를 정비하는 일은 정부만이 할 수 있는 무거운 책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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