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이름 '에스메'는 프랑스 고어로 '사랑받는다'는 뜻이고 콰르텟은 4중주를 뜻한다. 4중주는 말 그대로 네 개의 악기를 함께 연주하는 것을 뜻한다. 에스메 콰르텟은 그 중에서도 바이올린 2대,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현악 4중주팀이다. 배원희(제1바이올린), 하유나(제2바이올린), 김지원(비올라), 허예은(첼로)으로 구성된 여성 4인조다.
오케스트라는 가슴을 크게 때리는 웅장하고 장엄한 맛이 있다면 콰르텟은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를 듣고 그 소리의 맛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가장 작은 바이올린부터 바이올린 세워서 연주해야 하는 커다란 첼로까지…악기가 커질수록 음역대가 낮아지고 소리의 울림은 커졌다.
진은숙 작곡가의 곡은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악기를 뜯는 소리처럼 들렸다. 서양 현약기로 한국의 전통 현악기와 비슷한 소리를 내며, 또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같은 음향을 만들어 내는 게 흥미롭게 다가왔다.1악장은 '트레몰로 연주법'으로 응집시킨 소리 블록을 사용하고, 트레몰로는 '진동'이라는 뜻으로 현악기 등으로 같은 줄의 같은 소리를 연속해 아주 빠르게 치는 것을 지칭한다.
주로 독일에서 활동하는 진은숙 작곡가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현대음악 작곡가다. 현대음악은 한국에서 비주류인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비주류로 통한다고 한다.
진은숙의 곡은 정통 클래식이 아닌 만큼 흥미롭고 확실히 새로웠다.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선율로 인식되는 정통 클래식 곡과 달리 약간은 기괴하면서도 으스스한 느낌도 전달됐다. 첼로의 음색을 살려 첼로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가 하면, 음의 빠르기와 관계없이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는 곡이었다.
세 번째 곡은 1982년생 젊은 작곡가인 다니엘 갈리츠키의 '런던데리의 노래'였다. 아일랜드 민요 '런던데리의 노래'로 여러 음악가들이 편곡한 곡이다. 꽤나 익숙한 듯한 멜로디가 7분간 이어졌다. 고요하고 평화롭지만 어딘가 처연한 느낌이 드는 노래였다.
네 번째 '죽음과 소녀'라는 슈베르트의 곡이 이어졌고, 앙코르곡을 들려준 '오버 더 레인보우'는 희망을 보여줬다. '코로나 블루'를 이겨낼 경쾌한 에너지를 전했다.
클래식 관계자는 이번 공연 프로그램이 다소 실험적이고 어려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고 소개했지만 클래식을 전혀 몰라도 공연이 '좋다'고 느끼게 해준다. 현재 클래식계에서 에스메 콰르텟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에스메 콰르텟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현악사중주 대회인 런던 위그모어홀 국제 콩쿠르에서 2018년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백인 남성 연주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현악사중주단의 고정관념을 깨고 세계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루체른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데뷔 무대를 열고, 영국 전역 투어를 벌였고, 하이델베르크 스프링 페스티벌, 모차르트 페스티벌을 비롯해 유럽 무대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유럽을 돌아 국내에서 선보인 데뷔 무대는 패기와 진취적이고 생기넘치는 분위기로 성공적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오는 8월 2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다시 공연한다. 베토벤 후기 작품인 현악사중주 13번과 15번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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