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송현동 부지 입질 15곳 모두 포기…市 어깃장에 숨통 막힌 대한항공

뉴스1
대한항공 노동조합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현동 부지 자유경쟁 입찰을 촉구하고 있다2020.6.1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대한항공 노동조합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현동 부지 자유경쟁 입찰을 촉구하고 있다2020.6.1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송현동 부지 투자설명서를 수취한 곳만 15곳입니다. 서울시의 일방적인 공원조성 계획이 발표되자 모두 등을 들린 거죠"

당초 대한항공 보유 송현동 부지 매입을 검토했던 시행사 관계자는 12일 서울시 문화공원 조성계획을 일방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대한항공의 공개매각 결정이 이뤄지자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개발 자체가 불가능한 부지로 묶어버린 조치는 재산권 행사를 가로막는 행정권 남용이라는 것이다.

물론 서울시가 부지를 확보해 문화공원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는 좋다. 문제는 타이밍과 방법이다.

우선 공개매각이 진행되자 일방적으로 문화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대한항공 보유 부지인데 활용 방법은 서울시가 확정했다.

다른 투자자가 송현동 부지를 매입하면 개발승인을 내지 않겠다는 으름장이다. 속된 말로 찜했으니 아무도 건들지 말라고 선언했다. 대한항공 입장에서 황당할 수밖에 없다.

송현동 부지매입을 검토했던 시행사나 투자자도 할 말이 많다. 해당 부지가 용도지역 문제와 건축물 높이 제한 등 규제로 개발에 어려움이 있는 땅인 건 맞다. 그래도 서울 도심 한복판에 남은 몇 안 되는 유휴부지다 보니 입지적 강점이 상당하다. 당장 개발이 어렵지만 입지적 희소성은 매우 매력적인 포인트다.

이 때문에 공개매각 예비입찰 진행 전 투자설명서를 받아간 업체만 15곳에 이른다. 그런데 예비입찰 전 서울시가 손대지 말라는 으름장을 놓자 모두 손을 떼야만 했다. 개발이 어려운 것과 불가능한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일방적인 공원계획 발표는 부지매입을 원하던 잠재적 매수자 진입을 원천 봉쇄했고 결국 먹혀들었다.

타이밍과 방법이 '서울시 말고는 아무도 못 가져간다'였기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던 대한항공 직원들도 뿔이 날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 여파로 회사가 생존위기에 처하자 직원의 70%가 휴업을 감수하는 등 고통분담을 하고 있는데 서울시가 유휴자산 공개매각을 가로 막았다.

자산 매각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도모하고 제자리로 돌아오려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대한항공 일반직 노조 관계자는 "서울시는 대한항공 2만여 노동자들이 뼈를 깎는 고통으로 생존권을 사수하는 모습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시 역시 경쟁입찰 과정을 거쳐야하고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한국노총과의 연대를 통한 투쟁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허가권을 무기로 송현동 부지 공개매각을 사실상 무산시킨 서울시 조치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기간산업 보호에 나선 중앙 정부의 정책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

정부와 국책은행은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의 공적자금 수혈을 결정했다. 대한항공이 지원받은 1조2000억원을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으로 이관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1호가 됐지만, 실제 기안기금에서 집행이 확정될 첫 번째 지원안 대상도 대한항공이다.

정부가 대한항공 지원에 나선 것은 경영권을 보호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항공은 수출 및 실물경제를 지탱하는 물류 기간산업이고 대한항공은 국적 1위 항공사다. 여기에 고용인원만 2만명에 달한다. 정부 지원은 기간산업을 보호하고 수만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조치로 국가 경제 정책의 중요 부분 중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대한항공 보유 부지의 공개매각을 가로막고 '2021년부터 보상비 분할납부' 조건을 내건 서울시 행정은 중앙정부 및 국책은행 정책에 반한다.

이 관계자는 "10년간 남겨져 있는 땅을 박원순 시장 임기 말기에 갑자기 공원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