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최근 드라마들의 노골적인 PPL(Product Placement) 논란이 되고 있다. PPL은 특정 상품을 방송 매체 속에 의도적이고 자연스럽게 노출시켜 광고 효과를 노리는 광고 전략을 말한다. 간접 광고의 일정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드라마 이야기의 흐름까지 깨는 PPL들이 급증하면서, 일각에서는 시청자들이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닌 '60분 짜리 광고'를 접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등장하고 있다.
PPL은 요즘 드라마들의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상승하면서, 드라마 제작비 마련의 필수 요소로까지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문제는 PPL의 사용 방법에 있다. 작품 속 적재적소에 PPL이 배치돼 드라마와 광고 모두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너무 노골적인 PPL 사용으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드라마의 내용과 따로 노는 과도한 PPL 사용으로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 자체를 떨어뜨리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12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는 대표적인 PPL 실패 사례로 꼽히고 있다.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 내놓는 작품들 마다 신드롬급 인기를 자랑했던 김은숙 작가의 신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더 킹-영원의 군주'는 드라마 스토리와 이질감이 큰 PPL 활용으로 시청자들 사이에서 비판을 받았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은 인스턴트 커피와 화장품, 김치, 치킨 브랜드 등을 소개하는 장면이다. 극 중 평행세계 속 대한제국 황제인 이곤(이민호 분)은 대한민국으로 넘어와 한 인스턴트 커피 제품을 들고서는 "황실 커피랑 맛이 똑같군"이라는 말을 내놓는다.
또한 극 중 형사 정태을(김고은 분)은 잠복 근무 중 후배 형사인 장미카엘(강홍석 분) 앞에서 자신이 바르는 화장품에 대해서 너무 노골적으로 설명하는가 하면, 김치 브랜드는 등장하지 않아도 될 부분에서도 뜬금없이 등장하면서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했다. 이에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더 킹-영원의 군주' 제목을 비꼬아 '더 킹-PPL의 군주'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는 '더 킹-영원의 군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전국 가구 기준 3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인 KBS 2TV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도 최근 과도한 PPL 사용으로 비판의 표적이 됐다.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지난 7일 방송에서 장옥자(백지원 분)가 시장 상인들과 함께 한 무한리필 고깃집 프랜차이즈 가게를 찾은 모습을 그렸다. 이때 상인들은 이 무한리필 고깃집의 신메뉴와 메뉴들을 친절히 설명하는가 하면, 아예 드라마 자체에서는 해당 프랜차이즈의 상표를 모든 장면에서 잘 보일 수 있도록 배치하기까지 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한 장면 자체가 해당 브랜드의 CF가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사례와 반대로 PPL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거나 센스있게 처리하면서 호평을 받은 경우도 존재한다. 최근 방송 중인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이 그 경우다.
'꼰대인턴'은 식품 회사를 배경으로 한 오피스 드라마인 만큼, 자연스럽게 다양한 식품들을 배치할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했다. 또한 극 중 인물들이 아예 PPL 제품을 기획하고 유통, 홍보하는 모습들로 극을 이끌어나가다 보니 극의 몰입도를 방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PPL을 녹여냈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종영한 JTBC '멜로가 체질'은 뻔뻔하게 PPL을 코믹 요소로 활용하며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멜로가 체질'은 극 중 손범수(안재홍 분)의 직업이 드라마 PD라는 점을 활용, 이 인물이 안마의자 PPL에 대해서 상상하는 것을 실제 드라마의 PPL로 대체했다. 당시 15초 동안 상품이 노골적으로 노출됐지만 오히려 극 중 인물이 대놓고 "15초 노출돼야 하니 잠시만 기다리렴"이라는 대사까지 곁들였다. 분명 노골적인 장면이었으나 시청자들은 오히려 극의 분위기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PPL 활용에 호평을 보냈다.
'멜로가 체질'의 사례는 시청자들도 드라마의 PPL 사용이 이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을 알고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문제는 PPL을 어떻게 활용하냐다. 엉성하게 드라마의 전개를 방해하느냐, 혹은 뻔뻔하고 자연스럽게 드라마 속에 녹여내 드라마와 광고 모두가 '윈윈'하는 전략을 취하느냐가 중요하다.
한 드라마 업계 관계자는 뉴스1에 "드라마 방송 전후 혹은 중간 광고로 버는 수익은 방송국의 몫이고, 제작사 입장에서 높아진 제작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PPL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며 "결국 PPL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이는지가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배우 연출 작가의 책임의식도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중에서도 작가의 역할이 크다"라며 "연기하는 배우,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 모두에게 설득력있게 PPL을 풀어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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