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유령수술 조사해달라' 국민청원 5만명 동의로 마감 [김기자의 토요일]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13 15:30

수정 2020.06.13 15:29

게시자 김선웅씨 "실태 밝히는 건 정부 몫"
성형외과 명예훼손 고발로 법정에서 발언
청와대 공식답변선 넘지 못해 '아쉬움' 토로
[파이낸셜뉴스] 한국 성형외과에서 벌어지는 공장식 유령수술 실태를 정부차원에서 파악해달라는 청원이 끝내 좌절됐다. 올해만 벌써 수건의 성형수술 관련 사망자와 뇌사자가 나오는 등 정부차원에서 감독해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실태조사나 별도의 감독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유령수술 살인을 멈추기 위해 성형사망 피해자 숫자를 파악해서 알려주십시오’ 청원이 이달 6일 5만4264명 동의로 마감됐다. 청와대 공식답변을 위해 필요한 20만명에 크게 미치지 못한 수치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전 법제이사 김선웅 원장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이 끝내 동의자 20만명을 넘지 못하고 종료됐다. 지난 7년 간 유령수술 실태를 고발해온 김 원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유령수술 실태를 고발하겠다고 의지를 다진 바 있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전 법제이사 김선웅 원장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이 끝내 동의자 20만명을 넘지 못하고 종료됐다. 지난 7년 간 유령수술 실태를 고발해온 김 원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유령수술 실태를 고발하겠다고 의지를 다진 바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실태조사 촉구' 국민청원 5만4264명 동의

해당 청원은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전 법제이사 김선웅 원장이 지난달 7일 올린 것으로, 한국 성형수술 실태와 보건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 문제점을 지적해 화제를 모았다. 2013년 ㄱ성형외과에서 쌍까풀과 코수술을 받던 여고생이 뇌사상태에 빠진 뒤 사망한 사건에서 진상조사에 참여한 김 원장은 이 과정에서 충격적 범죄수술 실태를 확인하고 그 문제점을 공론화해온 인물이다.

청원에서 김 원장은 ‘국민들에게 알려주기를 바라는 진실은 단 한 가지’라며 ‘보건복지부와 법무부로 하여금 그 숫자(성형수술로 인해 사망한 환자의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지시한 후 숨김없이 국민들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법무부가 실태조사에 나서 성형외과에서 발생한 사망실태를 조사해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ㄱ성형외과 여고생 사망사건 이후 성형외과 수술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약속했으나 후속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 성형수술 중 환자가 사망 또는 중태에 빠지는 사례는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홍콩 재벌 3세 보니 에비타 로(Bonnie Evita law·여·35)가 1월 서울 신사동 한 병원에서 지방흡입 등의 수술을 받다 사망했다. 지난달에도 신사동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수술을 받은 20대 환자가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4월엔 신사동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은 뒤 부작용을 호소해온 30대 여성이 평택호 인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충격을 던졌다. 경찰조사결과 이 여성은 병원이 자신이 수술을 받기로 한 곳뿐 아니라 다른 부위까지 수술을 했다며 이로 인한 우울감을 호소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본지 4월 18일. ‘[단독] 성형사고 속출에도 보건당국 '나몰라라'’ 참조>

김선웅 원장 공판이 열린 지난 4월 김 원장과 지지자들이 법원 앞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씨 지지자들은 입을 모아 유령수술 실태조사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김성호 기자
김선웅 원장 공판이 열린 지난 4월 김 원장과 지지자들이 법원 앞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씨 지지자들은 입을 모아 유령수술 실태조사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김성호 기자

■"실태조사 않는 정부, 존재이유 있는가"

고 권대희씨 사망사건은 그간 논란이 돼 온 성형외과 공장식 유령수술 실태가 그대로 드러난 사건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6년 경희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권대희씨(당시 25)가 신사역 인근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관수술을 받은 뒤 중태에 빠져 사망한 사건으로, 당시 확보한 수술실CCTV에선 그림자의사 및 동시수술 등 논란이 되는 부분이 여럿 발견됐다.

경찰 수사결과 당시 집도의는 뼈만 절개한 채 수술실을 비웠고 이를 이어받은 20대 그림자 의사와 마취과의사도 여러 수술실을 오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권씨가 치사량을 넘는 피를 흘렸지만 병원에는 권씨에게 수혈할 수 있는 혈액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간호조무사가 수술실에 홀로 남아 권씨를 지혈한 시간만 35분여에 이르렀지만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이에 대해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도 적용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의무기록지 상에서 혈압이 위험수준에 이른 권씨를 앞에 두고 간호조무사들이 휴대폰을 만지거나 화장을 고치는 행위를 한 장면이 고스란히 CCTV에 잡혀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다.

공장식 유령수술 실태를 고발하다 성형외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해 두 건의 재판을 진행 중인 김 원장은 권씨 사망사건 등 성형외과에서 벌어진 충격적 사건들을 공판정에서 증언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 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013년에 검찰이 유령수술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서 2016년에 권대희 사건이 일어나게 된 것”이라며 “계속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불법이 의심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도 정부가 나서서 실태조사를 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하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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