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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남양주시의회 정치놀음 그만해라

강근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14 14:09

수정 2020.06.14 14:30

강근주 정책사회부 국장
강근주 정책사회부 국장


남양주시는 과연 자치분권이 가능한 지방자치단체인가. 아니 요즘 유행어로 ‘지방정부’로 이행이 가능한 자치단체인가. 답은 “아니올시다”로 귀결되는 양상이다. 지금 남양주시의회 시민 게시판에는 임용을 앞둔 신규공무원들 호소가 넘친다. 심지어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까지 접수됐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호소 글이 올라갈 전망이다.

“남양주시의회는 남양주시 행정기구 개편안을 통과시켜 달라”가 호소 내용이다. 남양주시의회 자치행정위는 며칠 전 정례회에서 행정기구 개편안을 부결시켰다.
5월 임시회에선 아예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신규공무원은 몇 개월째 거리로 내몰렸다. 기존 공무원 역시 살인적 격무를 해소할 비상구를 잃고 말았다. 시청 직원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 코로나19 대응방역, 재난지원금 접수 등 올해 내내 주말도 없이 업무에 매달려왔다.

남양주시가 인구 70만 이상 도시가 되자 행정수요를 반영해 행정안전부와 경기도는 올해 4급 서기관 자리 하나 증설과 신규공무원 98명 증원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남양주시는 행정기구 개편안을 남양주시의회에 제출했으나 퇴짜를 맞았다. 부결 이유를 들어보면 과연 이것이 퇴짜 이유인가 싶을 만큼 의구심이 든다. 우선 상식에서 어긋난다. 행정 서비스 제고에 대한 배려도 없다. “오늘 못하면 내일 하지” 라는 느긋함만 배어난다. 임용대기자들은 이런 처사에 강한 회의와 불신을 표출하고 있다.

지역 정가는 이번 파동을 정치놀음 산물로 평가하고 있다. 한 쪽에선 ‘불통’을 내세우고, 다른 한 쪽은 ‘시장 길들이기’를 주장한다. 더구나 남양주시의회 하반기 의장 선출을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해 행정기구 개편안을 볼모로 잡았다는 분석이다. 정치는 물론 일종의 게임인 측면이 없지 않아 ‘기 싸움’이 상존한다. 하지만 행정기구 개편안을 물고 늘어진 것은 하수 중 하수다. 민생을 외면하고 여론을 얻으려는 시도는 연목구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기야 남양주시의원 자질 문제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본회의 석상에서 남성 심볼을 운운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 형국이다. 사석에서나 가능한 말은 공식 석상에까지 끌고 들어오는 행태로 남양주시민, 남양주시의회 품격은 땅에 곤두박질 쳤다. 심지어 공천 과정에서 유력한 후보끼리 이전투구를 벌여 검증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어부지리로 공천권을 잡은 시의원이 상당수에 이른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시의원은 국회의원에 종속 될 수 밖에 없다. 생명줄인 공천권을 쥐고 있으니 시의원은 국회의원 그림자놀이에 나무인형으로 동원되기 일쑤다. 이번 행정기구 개편안 표류도 이런 차원에서 작동된 결과로 풀이된다. 시의원은 주민 대변자다. 국회의원 행동대원이 아니다. 시의원은 도의원처럼 지역발전을 위해 도비를 따오지도, 국회의원처럼 국비 획득에 매달리지도 않는다. 주민을 대변해 시정에 대해 건강한 감시와 견제, 협력을 구사하면 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행태를 지속하면 주민 외면은 물론 경기도당, 중앙당 명예에 먹칠을 하고 만다. 특히 이번 파동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이참에 시의원 공천제 폐지를 다시금 생각한다. 시의원 자질을 높이고 국회의원 하수인 역할에서 벗어나고, 온전한 주민 대변자이자 심부름꾼으로서 본래 역할에 복무할 수 있어서다.
행정기구 개편안 표류와 같은 ‘나쁜 정치’는 비단 남양주에만 국한되는 사안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자치분권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시의원이 지금과 같은 행태와 인식에서 탈각하지 않으면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은 구두선에 불과하다. 차라리 시의원 공천제를 폐지해 민관 거버넌스를 확대할 교량을 놓자.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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