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불확실성 시대를 사는 청년들

김서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15 17:24

수정 2020.06.15 18:21

[기자수첩] 불확실성 시대를 사는 청년들
연락이 끊겼던 고등학교 동창을 우연히 다시 만났다. 수도권 소재 대기업에서 3년째 일한다고 했다. 단절된 세월을 요약해 주고받은 대화 곳곳에서 만난 그의 가치관은 '요즘' 청년 생각보다 더 보수적이었다. "최대한 빨리 결혼 할란다." "공기업 입사를 원했는데 여기가 첫 직장이라서 안 맞아도 뼈묻을라고." 결혼을 거부하는 '비혼'을 선언하고, 평균 3회 이상 직장을 옮기는 우리 세대에선 보기 드문 그는 '안정감'을 추구하는 성향이었다.

어떤 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안정감을 꼽는다.
당장 내일 일도 모르는 인간의 숙명에 맞서 불확실한 미래를 조금이라도 예측해보겠다고 매일 아침 '오늘의 운세'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고,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사주를 보는 이유일 것이다. 생애주기에 따라 새로운 환경에 놓일 여지가 많은 청년 세대는 앞날을 더 예상하기 어렵다. 100만원으로 수천만원을 벌었다는 누군가의 비트코인 신화에 2030세대가 홀렸던 모습도 사실은 아무리 애써도 얻기 힘든 안정감을 '한방에' 추구하기 원해서인지 모른다.

국내 재계 4위 LG가 하반기부터 정기 공채를 폐지하기로 했다. LG는 1956년 국내 기업 최초로 공개채용을 실시했다. 혈연과 지연으로 신입사원을 뽑던 당시엔 파격적인 일이었다. 64년이 지나 수시채용, 채용연계형 인턴 도입 등 채용시스템에 또 한번 '파격' 변신을 꾀하려 한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취업카페 댓글창엔 "채용인원 줄겠네" "중고 신입 위주로 뽑겠네" 등 다소 볼멘 섞인 반응이 줄을 이었다. "역량 중심으로 스펙 경쟁 없이 본인 적성에 잘 맞는 업(業)을 선택할 수 있다"는 기업의 공식 입장을 환영하는 취준생은 그리 많지 않은 분위기였다.

한해에 두번뿐인 기회지만 상반기에 떨어져도 하반기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예측 가능성'은 취준생들이 절치부심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신입은 필요할 때만 뽑는다"는 말은 "대규모 공채 때와 달리 빈 자리가 없으면 채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채용비리 의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업 입장에선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 세대의 불확실성이 하나 더 늘었고 안정감은 더 멀어졌을 뿐이다.

seo1@fnnews.com 김서원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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