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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옥죄기→반짝효과→재상승 반복… 시장 '내성'만 키운다 [21번째 부동산대책 17일 발표]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15 17:51

수정 2020.06.16 10:16

文정부 20번의 대책, 약효는 반년
"어차피 오른다" 자금 유입 계속
규제지역 피해 단타식 갭투자 여전
무주택자들 불안감은 되레 커져
"이미 산불이 나서 이리저리 불타고 있는데, 불난 곳의 불을 꺼봐야 바람 불면 옆지역으로 불똥이 튑니다. 정부가 추가 규제 한다고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부가 경기도 전역을 부동산규제 대상지역으로 묶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부동산시장에서는 "결국에는 또 규제냐"며 정부 대책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미 문재인정부 이후 20번의 대책이 쏟아졌지만 6개월 이상 효과가 지속된 적이 없고 오히려 풍선효과로 인한 집값상승만 부추기고 있어 이번 역시 '반짝효과'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15일 당정청과 업계에 따르면 당정청은 김포·고양·파주·연천 등 접경지역과 그린벨트 지역을 뺀 경기도 전체를 조정대상지역으로 묶기로 방침을 정했다.

■급매 소진, 바닥 다지며 상승 시작

전문가들은 정부가 또다시 규제지역 지정, 대출규제 강화, 세제 보완 등 시장을 옥죄는 정책을 내놓는 것은 시장에 악영향만 미친다는 평가다.
오히려 정부의 '두더지 잡기'식 규제가 시장 내성을 강화하고 결국 유동자금은 규제를 피해간 곳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부동산컨설팅 관계자는 "이미 서울의 자금력을 갖춘 투자자들은 지방순회를 하면서 3억원 이하 아파트를 돌면서 5000만원대 갭투자로 3~4채를 사고 박리다매식 단타를 치고 있다"면서 "수도권을 규제하면 지방 광역시로 넘어가고, 지방 광역시를 규제하면 또 그 인근 지역으로 수요가 몰려 규제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현재 제로금리로 인한 시장 유동성이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는 점이 규제 효과를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부동산시장이 주춤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투자자들이나 수요자들이 부동산시장은 경제상황과 규제와는 다르게 상승 랠리를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 규제가 이어지더라도 가격 상승을 막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에서 이미 부동산은 코로나19 사태와 디커플링(탈동조화)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독자적인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판단해 꿈틀대고 있다"면서 "정부 역시 매매 시장은 어느 정도 규제로 잡았다고 생각하고, 전월세 시장만 규제하려고 했으나 다시 시장이 상승하면서 당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양도세 중과로 인한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현재 호가 대비 3억~4억원 이상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투자자들이 바닥지점을 확인하며 안전자산임을 깨닫고 다시금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서울 강남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소도 "지난해 말 20억원 밑으로 떨어져본 적이 없는 은마아파트가 올해 4월 말까지 7층짜리 매물이 17억4500만원까지 거래됐다"면서 "5월 초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양도세 중과로 인한 급매가 다 소진되고 현재 19억원까지 회복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정부가 경제성장을 위한 '뉴딜 정책' 등 다양한 개발계획을 내놓고 있어 아무리 규제를 한다고 해도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준강남으로 불리는 목동의 한 아파트단지가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시장이 급격히 달아올랐다"면서 "그동안 문 정부가 강남 재건축 규제에 힘을 썼는데 이번 통과가 시장에 오해를 줄 수 있는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 불안 조성, 매수대기자 움직여

전문가들은 정부의 조급한 규제대책이 수요자들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어 부동산시장에 뛰어들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30~40대 무주택자들 역시 청약을 위해 가점을 쌓고 기다리고 있지만 추가 규제로 인한 집값 상승이 이어지면 마음이 조급해져 시장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3기 신도시로 공급을 늘린다고 하지만 그때까지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하면서 기다리기엔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고, 그렇다 보니 청약에 수요가 몰려 과열되면서 최근에는 청약경쟁률이 100대 1에 달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임대차 전월세 3법이 통과되면 전셋값이 더욱 상승하면 매매가를 받쳐주고, 9억원 이상 대출을 규제한다는 시그널이 나오면서 매수대기자들이 그 전에 매물을 사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직장인 신모씨(37)는 "현재 아이 2명이 있어 가점이 40대 후반인데 청약은 자꾸 떨어지고 집값은 오르고 있어 거주하고 있는 지역 근처에 3억원대 갭투자를 알아보고 있다"면서 "8억원 중반대 아파트를 보고 있는데 이마저도 내년이면 9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여 지금이 아니면 살 수 없을 것 같아 조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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