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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통합은 균형으로부터 나온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15 18:23

수정 2020.06.15 18:23

[fn논단] 통합은 균형으로부터 나온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심사가 큰 이슈였다. 외신도 촉각을 세울 정도로 중요 사건으로 다루었다. 당사자인 삼성전자는 당연히 비상상황이고,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계도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검찰이나 법원도 자존심이 걸린 일이다. 이를 둘러싸고 다양한 견해와 주장들이 표출되고 있다. 어떻게 수습될지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다양한 이해관계 집단들이 수시로 충돌하는 다원화 사회로 진입했다. 하나의 주장으로 일사불란하게 갈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진보와 보수의 갈등으로 민심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정치 상황이 이를 반영한다. 따라서 한국의 미래는 다원화되고 갈등관계에 있는 이해관계 집단들을 어떻게 통합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다음 정부가 추구해야 할 기본 가치도 통합이 돼야 할 것이다.

2020년에 추구하는 통합의 개념은 1960년대, 70년대 개발경제시대와는 다르다. 그때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화 인사들은 상명하복의 통합에 저항하며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고 주장했다. 지금 다시 흩어짐으로써 커진 민주화 시대에 어떻게 통합을 이룰 것인가라는 문제에 봉착했다. 우리는 그 해답을 균형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즉 다원화된 가치와 이해들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균형점을 추구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의 사례는 율법과 경제 간 충돌을 잘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이 사례는 사회정의를 강조하는 세계와 국부창출을 주장하는 세계 간 균형점을 찾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두 세계가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만 쏠린다면, 전자의 경우 종교국가에서 보듯이 검은 옷의 율사와 율법이 지배하는 사회로 흘러갈 위험이 있다. 반대로 후자로 쏠린다면 뇌물과 부정이 난무하는 배금주의가 걱정이다.

여기에 정치와 상식의 세계가 더해진다면 더욱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정치의 세계는 권력배분으로 국민을 안정시키지만, 균형점을 잃어버리면 권력만이 존재하는 부작용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상식의 세계는 국민 편의를 증진시키지만, 이것만으로는 저개발 부족국가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 따라서 선진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각자 독자적인 이해집단을 보유하고 있는 율법, 경제, 정치, 상식 등의 세계들 간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통합을 이룰 수 있다. 다원 세계들을 모두 승자로 만드는 지혜와 결단이 필요한 이유다.

이재용 부회장을 둘러싼 재판은 이러한 다원 세계 간 충돌과 갈등을 한국 사회에 전형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심사에 앞서 '경영권 승계' '노조 문제' '시민사회 소통' 등에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것도 율법과 경제를 넘어 정치와 상식의 세계도 중요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의 역대 회장들의 선언은 한국의 경제·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특히 1993년 51세의 이건희 회장이 선언한 '신경영'은 경제를 업그레이드하는 상징이 되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51세가 된 이재용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준법 경영의 뉴삼성'을 선언했다.
이러한 '뉴삼성'은 선대에 비해 초라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약속이 잘 지켜지고 이것이 다원 세계 간 균형점을 찾는 계기가 된다면, 한국 기업사에 남는 혁신 선언이 될 수 있다.
균형으로 통합을 이루는 선진사회를 기대해 본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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