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한은 금통위 "추가인하 여력 제한적"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이 지난달 28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0.50%로 0.25%포인트 내린 가운데 일부 금통위원이 추가 인하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금통위원들은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수단을 함께 활용해 경기침체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16일 '20202년도 제12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공개했다. 당시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연 0.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3월 16일 열린 임시 금통위에서 '빅컷'(기준금리 0.50% 인하)을 전격 단행한 데 이은 것이다.
앞서 금통위는 2019년 7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3년1개월 만에 내리면서 금리인하 사이클에 진입했다. 이후 같은해 10월 연 1.50%에서 1.25%로 한차례 더 내렸고, 지난 3월 임시 금통위에서 사상 첫 0%대로 내린 뒤 지난달 28일 0.50%로 한 차례 더 인하했다.
지난달 28일 한은 금통위 정례회의에선 모든 금통위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려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실효하한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
실효하한은 비(非)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가 금리를 0%로 내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기준금리 하한선이다. 이보다 낮아지면 외국인 자금 유출 등 부작용이 커지게 된다.
이날 기준금리 결정에 앞서 한은 관련부서는 금통위원들에게 "금리인하 여력이 종전에 비해 제한적이지만 아직 완전히 소진된 것은 아니므로, 통화정책의 추가 완화가 필요할 경우 우선 금리인하로 대응하되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되면 비전통적 정책수단의 본격적인 활용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적완화와 같은 비전통적 정책수단의 활용에 앞서 기준금리의 실효하한 수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A금통위원은 "코로나19 사태의 전세계적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에서의 불안심리는 상당폭 완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외 경제여건이 악화되면서 국내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 파급효과는 당분간 더 지속될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이 대부분 상반기에 집중되고 하반기 이후에는 완만한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이는 대내외 감염병 확산이 상반기 중 정점을 지난다는 특정한 시나리오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과 물가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고 기준금리 인하 의견에 대한 배경을 밝혔다.
B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현재의 0.75%에서 0.50%로 하향조정해서 민간과 정부의 금융비용 완화를 유도하는 동시에 명목수요 하락압력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기준금리 0.50%는 한국경제 역사상 최저수준이지만 명목GDP 성장률이 0%에 근접할 정도의 전례 없는 환경에 처한 만큼 충분히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없다. 또 주요 선진국과의 금리차를 고려할 때 급격한 자본이동을 촉발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C금통위원은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부채 문제에 대한 걱정은 잠시 뒤로 하고 지금은 적극적인 거시경제정책으로 당면한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야 할 때"라면서 "기준금리가 0%대로 낮아졌고 실효하한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수 있으나, 주요국의 정책금리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금리인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기준금리를 0.50%로 하향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어 "기준금리 인하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가계와 자영업자, 그리고 기업들의 부담완화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정부의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정책 추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의견을 냈다.
D금통위원은 추가 인하에 대해 명확하게 반대했다. D위원은 "이번 회의에서는 성장과 물가를 부양할 필요성이 금융불균형 심화를 억제할 필요성보다 시급하다고 판단되어 기준금리를 0.75%에서 0.50%로 0.25%p 인하하는 것이 좋겠다"면서도 "이 경우에는 앞으로 대내외 금융경제 여건 변화와 주요국 통화정책방향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금융불균형 측면뿐 아니라 정책유효성이나 자본유출 가능성 측면에서도 향후 기준금리의 추가인하 여지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E금통위원은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가까워지면서 금융불균형과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도 사실이지만 계부채 증가세가 완만한 수준에 그치고 있고, 과거 국제금융 불안시기와 달리 외국인 증권투자가 우리 경제의 양호한 대외건전성을 바탕으로 순유입되고 있어,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정책을 유연하게 운영함과 아울러 다양한 통화신용정책 수단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조윤제 위원은 보유중인 주식에 대한 인사혁신처의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 직무관련성 심사를 청구한 상태여서 본인이 의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금통위는 조 위원을 제척한 채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