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우규민, 9회 오승환 ‘아름다운 동행’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오승환 국내 복귀 첫 세이브 기록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 달성
우규민은 9회서 8회로 보직 변경
팀플레이 위해 대승적 결단 내려
사사키 가즈히로는 2004년 미국에서 일본 프로야구로 복귀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 사사키는 철옹성이었다. 특히 1998년의 사사키는 난공불락이었다. 51경기에 등판 45세이브(일본프로야구 신기록)를 올렸다. 평균자책점 0.64는 30세이브 이상을 거둔 투수 중 역대 최저다.
사사키는 2000년 시애틀 매리너스로 옮겨 4년간 129세이브를 기록했다. 2004년 당시 일본 프로야구 최고 연봉인 6억5000만엔(약 73억원)에 친정팀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에 복귀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요코하마에는 가토 다케하루라는 젊은 마무리 투수가 있었다. 대학과 사회인 야구를 거쳐 입단 첫해인 2003년 4승5세이브 평균자책점 2.77을 기록했다. 하지만 사사키의 입단으로 그의 입지는 애매해졌다. 결국 선발과 불펜을 오락가락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
'끝판대장' 오승환(38·삼성)이 16일 두산전서 국내 복귀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째.
오승환이 등판하기 전 낯선 풍경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올 시즌 삼성의 9회를 책임져온 우규민(35)이 8회 말에 등판했다. 우규민은 이 경기 전 7세이브를 기록 중이었다. 10개 구단 마무리 가운데 유일하게 블론 세이브가 없는 삼성의 수호신.
그러나 오승환의 복귀로 그는 9회에서 8회로 강등됐다. 그 한 계단의 차이는 엄청나다. 심리적 압박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9회엔 심박수가 폭증한다. 하지만 그 열매는 달다. 영광은 9회 투수가 독차지한다. 8회 투수와는 박수의 데시벨이 다르다.
오승환이 마지막 타자를 3루수 파울 플라이로 솎아냈을 때 우규민은 벤치에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원래대로면 그에게 쏟아졌을 박수였다. 우규민이 8회를 거부를 하거나 싫은 기색을 보였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우규민도 입단 15년차 베테랑이다. 선발, 마무리, 중간을 두루 거쳤다. 그동안 70승87세이브43홀드를 따냈다.
우규민은 이날 처음으로 중간에 투입됐다. 그는 기꺼이 자신의 보직 변경을 받아들였다. 천하에 오승환이 복귀하는데 9회를 지키겠다고 고집할 순 없다. 야구는 팀플레이다. 그렇다고 섭섭한 마음까지야 없었겠나. 다만 그는 내색하지 않았다.
우규민은 올 시즌 첫 세이브 왕도 가능한 페이스였다. 16일 현재 1위 원종현(9개·NC)과 2개 차이로 공동 2위. 14일 두산전서 오승환 대신 세이브를 따냈더라면 단독 2위도 가능했다. 2위가 최고 성적. 하필 1위가 오승환이었다.
우규민은 올해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그가 부쩍 좋아진 이유는 힘을 뺀 투구 때문. 강속구 위주의 마무리 투수들 성향으로 보면 특이할 정도다. 더구나 그는 언더스로다. 한 점 차를 지키기엔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루상에 주자가 나가면 견제 동작에서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오승환의 마무리 투입 결정은 예상보다 빨리 이루어졌다. 7년 동안 국내 무대를 비웠음에도 불구하고 4경기 만에 9회를 차지했다. 원래 9회는 그의 자리다. 8회 우규민, 9회 오승환의 아름다운 동행이 시작됐다.
[email protected] 성일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