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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디지털화폐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17 17:58

수정 2020.06.17 17:58

가끔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지폐를 공중으로 흩뿌리는 장면이 나온다. 한 방송인은 자신의 인생역전을 자축하며 돈다발을 침대에 깔고 잤다고 한다. 하지만 조만간 돈다발을 뿌리거나 깔고 자는 맛(?)을 느끼지 못하는 시대가 올 것 같다.

바야흐로 디지털화폐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세계 각국은 앞다퉈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정책을 추진 중이다. 중앙은행이 전자 형태로 찍어내는 디지털현금을 말한다.
우리로 치면 1000원, 5000원, 1만원, 5만원권 디지털화폐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각종 결제나 입금·송금하는 식이다. 전 세계는 캐스리스(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핀테크(IT+금융)라는 첨단무기를 장착한 지급결제시장도 급속도로 변화 중이다. 문제는 현금 사용에 익숙한 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이다. 핀테크 접근성이 떨어지는 산간오지 주민 등 금융소외계층도 사각지대다. 디지털화폐는 이들을 위한 보완재가 될 수 있다. 앱 사용방식만 알면 디지털화폐를 별 거부감 없이 기존 현금처럼 쓸 수 있으니 말이다.

중국은 일찌감치 2014년부터 관련연구를 시작했다. 올해 4월부터 선전·쑤저우·청두 등 스마트시티에서 교통보조금 지급 등에 제한적으로 디지털위안화를 발행했다. 진짜 속내는 위안화의 기축통화 편입 시도다. 이에 질세라 미국도 '디지털달러'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 스웨덴은 소매결제용 디지털화폐인 'e크로나' 프로젝트가 거의 완성 단계다.

최근 한국이 첫 발걸음을 뗐다. 한국은행은 디지털화폐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법적 근거를 마련키 위한 법률자문단도 발족했다. 물론 디지털화폐가 기존 현금을 온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중요한 건 금융소외계층이 첨단화된 지급결제 시스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뛰어난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유능한 인재풀·다양한 콘텐츠를 갖고 있다.
머지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편리한 '디지털원'이 나오길 기대한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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