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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인사이트] 가려진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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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편집자주]2018년부터 북한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동북아시아 정세는 급변했다. '평양 인사이트(insight)'는 따라가기조차 쉽지 않은 빠른 변화의 흐름을 진단하고 '생각할 거리'를 제안한다.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의 대남 강경 행보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로 시작된 이번 행보는 18일로 꼭 2주째다.

강도는 셌다. 파급도 컸다. 2주 만에 남북관계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징적인 장면은 지난 16일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파괴'다. 북한은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 형식으로 파괴하며 남북관계의 전면적인 단절 의지를 강력하게 표출했다.

연락사무소 폭파에 쓰인 군용 화약의 위력만큼이나 말폭탄의 위력도 셌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의 실무를 전면에서 챙겼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문 대통령을 향해 막말을 쏟아냈다. 혐오스럽다는 말까지 했다.

지난 4일부터 17일까지 북한의 말폭탄이 담긴 담화, 보도, 발표는 총 10번이 나왔다. 마치 국지성 소나기처럼 아침과 밤을 가리지 않고 쏟아져 나왔다.

대북 전단(삐라)이 문제인 줄 알았던 정부는 북한의 말폭탄에 대응 태세를 바꿨다. 2주 만에 강경 기조로 선회하며 남북은 한동안 정치적, 군사적 대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앞으로다. 북한이 공언한 조치들은 아직 시작 단계다. 추후 이어질 조치들은 지금까지 나온 것보다 노골적이고 강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대응 능력은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문제가 한 가지 더 있다. 북한의 진의가 뭔지 누구도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처럼 갑작스럽고 빠르며 전격적인 북한의 행보는 우리가 잘 겪어보지 못했던 것이다.

힌트가 있긴 하다. 북한이 대북 전단을 엮어 제시한 조치들은 개성공단 철거, 연락사무소 폐쇄, 남북 군사합의 파기였다. 이 사항들은 남북 양자 간 협상이 가능한 사안들이다. 북한이 그렇게도 '싫어하는' 미국의 개입이 불가능하거나 개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안들이라는 뜻이다.

힌트 두 번째. 북한은 현재 경제난을 겪고 있다. 수치와 지표는 좋아지고 있지만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다. 북한이 선대의 산물인 핵을 걸고 대북 제재를 풀기 위한 협상에 나선 이유도 이와 같다.

비핵화 협상에 있어 우리의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수용하고 활용하면서 세 번의 정상회담을 가졌던 이유는 비핵화 협상의 결과로 이어질 경제 협력 때문이었다.

북한군 총참모부가 남북 경협의 상징적 공간인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에 재진출 하겠다는 것은 북한이 우리의 역할에 그만큼 실망을 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에게 기대했던 셈법은 이제 접겠다는 뜻이다.

남북관계는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역사를 반복해 왔다. 내려갈 만큼 내려가면 이제 올라갈 곳밖에 없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대화가 진행되면 갈등이 따라오고, 갈등이 생기면 대화가 따라왔던 역사도 남북관계를 표현하는 말이다.

대화는 다시 진행될 것이다. 시간이 걸릴 뿐이다. 대신 상황은 판이하게 바뀔 것이다. '한반도 운전자론'은 이제 없다. 촉진자도, 중재자도 이제 우리의 역할이 아닐 것이다.

두 가지의 힌트는 이제 남북이 양자 간 풀 수 있는 것부터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출발점은 '원점'일 것이다.

그전에 북한의 진의를 알기 위한 접촉이 먼저 필요할 것 같다. 전례 없는 파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북한의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우리도 파격적 접근이 필요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도 다시 '원점'으로 돌려야 할 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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