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폭탄 터뜨린 볼턴 "트럼프, 북미회담을 홍보행사로 여겼다"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18 17:36

수정 2020.06.18 21:29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 공개
"비핵화 세부내용 신경 안 쓰고
 오직 재선 위해서만 결정 내려
 시진핑에 재선 도와달라 사정"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뉴스1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외교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회고록으로 폭로에 나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가 재선에 집착해 중국에 선거 개입을 부탁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는 오는 23일 출간될 볼턴의 신간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의 원고를 입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미 법무부는 전날 회고록 출간 금지 소송에 이어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폼페이오 "대북 외교 성공 확률 0%"

2018년 4월부터 약 1년 5개월간 트럼프 정부의 외교 정책 대부분에 관여했던 볼턴은 회고록에서 2018년 6월 열렸던 첫 북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의 전략을 혹평했다. 그는 트럼프가 북한 비핵화 세부내용에 대해 거의 신경 쓰지 않았고 회담 자체를 '선전용 행사'정도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볼턴은 "트럼프는 내게 회담에서 실체 없는 성명에 서명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승리를 선언한 뒤 빠져나갈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또한 볼턴은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가수 엘튼 존의 사인이 적힌 '로켓맨' 앨범 CD를 전달하려고 집착했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018년 7월 3차 방북 당시 김정은에게 해당 CD를 전달하려 했지만 김정은을 만나지 못했다. 볼턴은 "트럼프는 폼페이오에게 CD를 건넸냐고 물었다. 트럼프는 폼페이오가 김정은을 만났는지 여부도 알지 못했다" 설명했다.

그는 폼페이오 역시 트럼프에게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던 폼페이오는 2018년 북미 회담에 앞서 트럼프와 문재인 대통령의 통화를 들은 뒤 볼턴에게 "심장마비에 걸리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폼페이오는 회담장에서도 볼턴에게 "트럼프는 거짓말쟁이"라고 적힌 쪽지를 건넸고 회담 1개월 뒤에는 트럼프의 대북 외교가 "성공할 확률이 0%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폭로 직후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볼턴은 거짓말쟁이"이라며 "백악관의 모두가 볼턴을 싫어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경합주 열세

볼턴은 회고록에서 "내 임기 동안 트럼프가 내렸던 중요한 결정들 가운데 재선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결정은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던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 가운데 트럼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독대했던 상황을 소개했다. 볼턴은 "트럼프는 중국이 경제적으로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암시하고는 시진핑에게 자신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사정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폭로전에 조카도 가세했다. 현지 매체들은 지난 14일 트럼프의 친조카인 매리 트럼프가 오는 7월 28일 '너무 많고 절대 충분치 않다'는 제목의 책을 발간해 트럼프의 상속세 탈루와 집안 불화 등을 폭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측근들의 폭로전 등으로 재선가도에는 짙은 먹구름이 끼었다. 미 경제 매체 CNBC는 1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경합주 6곳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이 평균 45%를 기록해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48%)보다 낮았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2주 전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에게 1%포인트 차이로 뒤졌으나 격차가 벌어졌다.
CNBC는 특히 바이든이 6개 경합주 모두에서 트럼프를 앞서는 경우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매체 파이브서티에이트가 최근 여론조사를 취합한 결과 트럼프의 평균 지지율은 41%로 2019년 2월 이후 가장 낮았다.
CNBC 조사에 코로나19와 흑인 인종차별 반대 시위와 관련해 트럼프가 적절하게 대응했다는 답변은 각각 전체 45%, 23%에 그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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