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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강타한 코로나… 국지적이었던 사스·메르스 때와 다르다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21 17:22

수정 2020.06.21 17:22

이번에도 'V자형 반등' 이룰까
전례없는 감염병 대유행으로
글로벌 공급·소비 동시에 마비
"회복까진 2년 이상 걸릴 수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의 후폭풍은 앞서 지나갔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나 중동호흡기증후근(메르스)에 비해 훨씬 크고 오래갈 전망이다. 사스와 메르스를 겪었던 각국 경제는 모두 'V자형' 반등을 이뤄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피해는 두 질병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훨씬 광범위하다.

2002년 11월 중국에서 시작된 사스의 경우 29개국에서 8096명의 환자가 발생했지만 환자의 91.7%가 중국(5327명)과 홍콩(1755명), 대만(346명)에서 나왔다. 중국의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03년 1·4분기 9.9%에서 다음 분기 6.7%로 급락했으나 4·4분기에는 연초 수준을 되찾았다. 홍콩의 GDP 성장률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2003년 2·4분기에 저점을 찍고 빠르게 반등했다. 2003년 세계 GDP 성장률은 당시 중국의 GDP가 구매력 기준으로 세계 GDP의 4%에 불과했기 때문에 기존 예상보다 0.1%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메르스의 충격도 코로나19에 비하면 국지적이었다. 2012년 4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인근에서 포착됐던 메르스는 2015년부터 본격 확산돼 총 26개국에서 1511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 중 94.7%가 사우디(1165명), 한국(185명), 아랍에미리트연합(81명) 등 3개국에 집중됐다. 메르스가 2015년 5월에 상륙한 한국의 경우 분기별 GDP 성장률이 1·4분기 0.9%에서 2·4분기 0.2%로 급감했으나 3·4분기에 1.5%를 회복했다. 물론 이러한 급반등은 각국 정부가 소비 위축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대응했기에 가능했다. 2003년 4월 당시 홍콩의 둥젠화 행정장관은 118억홍콩달러(약 2조7267억원) 규모의 재정 투입을 선언하면서 공공주택 임대료를 30% 인하하고 토지세와 소득세 등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어 단기간 내에 2만1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 전염병 사태로 인한 실업 해결을 강조했다. 같은 기간 중국 정부는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사스 확산 중에도 노동절 휴일을 취소하지 않는 등 고성장 전략을 강행했고 실제로 2003년에는 8.5%의 경제성장을 달성했다.

한국은 메르스 상륙 한달 뒤에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낮추고 11조6000억원대의 추경을 편성해 적극적인 돈풀기에 나섰다. 당시 정부는 개별소비세 인하 및 임시 공휴일 지정, '코리아그랜드세일'같은 행사를 추진해 소비심리 개선에 나섰다. 같은 해 가을 이후 메르스 충격을 이겨냈다.

해외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가 앞서 발생한 사스나 메르스와 다르다고 보고 있다. 우선 중국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에서 18%로 크게 증가했다. 코로나19의 확산 범위는 인류 역사상 유래 없는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수준이고 공급망과 소비시장이 동시에 마비됐다.
홍콩 무역개발위원회의 니콜라스 콴 연구 대표는 지난 12일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V자형 회복을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계절별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이 과거 사스와 비슷하지만 사스의 경우 7월에 이르자 모든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갔고 코로나19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황이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1~2년이나 그 이상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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