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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건축·도시재생 통한 고품격 생활환경 조성에 앞장" [데스크가 만난 사람]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21 17:38

수정 2020.06.21 17:38

박소현 건축도시공간연구소장에게 듣는다
‘좋은 도시공간’ 이슈로 떠올라
바람직한 공공건축 조성에 기여
소멸위기 중소도시 살리기 추진
11월 ‘건축공간연구원’으로 승격
지역특수성 살린 재생 모델 고민
부동산 시장 고려한 정책 펼칠것
"공공건축·도시재생 통한 고품격 생활환경 조성에 앞장" [데스크가 만난 사람]
"좋은 도시공간을 조성하는 건 이제 '먹고 사는' 이슈가 됐습니다. 20~30대가 느끼는 도시공간에 대한 감수성은 이미 공간문화로 확산되기 시작했어요. 먹고 살기 힘들어도 개성없는 디자인은 참을 수 없다는 거죠. 을지로를 보세요. 낡은 인쇄소와 철공소로 가득했던 을지로 골목이 지금의 '힙지로'로 변할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공공이 미처 하지 못한 역할을 청년들과 상인들이 한 것처럼 민간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을 공공이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고민중입니다."

6월 19일 세종특별자치시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아우리) 소장실에서 만난 박소현 연구소장에게서 13년차의 '젊고 활력 넘치는' 연구소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2007년 총리실 산하 국토연구원의 부설연구소로 출발한 아우리는 올해 11월 독립 연구기관인 '건축공간연구원'으로 승격을 앞두고 있다. 그간 국가 건축 및 도시공간 정책연구에서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해온 아우리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임기 3년차를 맞은 박 소장을 만나 공공건축과 도시재생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대담 = 전용기 건설부동산부장

―올해 11월 독립 연구기관인 건축공간연구원으로 승격을 앞두고 있다.
축하드린다. 감회는.

▲아우리는 그간 국토연구원의 부설 연구소였지만 예산, 인사, 기관운영 등은 독자적으로 운영해왔다. 독립법인화는 국가의 고품격 생활환경 조성, 공공건축 개선, 도시설계 패러다임 변화 의지와 중요성을 알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소는 그간 수행해온 국가의 건축 및 도시공간의 정책을 더욱 원활하게 뒷받침할 계획이다.

―'도시공간'이라는 단어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개발연대 당시에는 '도시공간'이라는 개념도 없을 텐데 이제 삶의 중심으로 부각한 느낌이다.

▲한국은 급속한 압축성장을 이룬 국가다. 건축 도시공간도 경제성장 속도에 맞춰 더 빨리 짓고 더 많이 지어왔다. 그러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으면서 삶의 질을 중시하게 되고 생활환경이 더 쾌적하고 아름답고 편리했으면 하는 요구가 커졌다. 생활환경의 질을 높여 내가 살고 누리는 공간을 좀 더 향유하려는 욕구도 함께 증가했다.

―같은 맥락에서 공공건축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공공건축은 생활환경의 질 향상에 큰 역할을 한다. 북미나 서유럽의 작은 도시들을 보면 기념비적 건물 뿐 아니라 지역 수영장, 커뮤니티센터, 초등학교 등 공공에서 짓는 건물들로 인해 그 나라의 품격이 올라가기도 한다. 아우리는 설립 초기부터 공공건축을 도시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자 시민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시설로 인식하고 '좋은 공공건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 실효성 있는 정책 연구를 추진해왔다. 특히 연구소 내 '국가공공건축지원센터'는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에 따라 정부나 공공기관이 공공건축물을 지을 때 사업 규모와 입지 등 배치계획과 공간시설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지, 사업 규모와 프로그램은 적절하게 설정됐는지 분석해 기획단계에서부터 바람직한 공공건축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

―아우리에서 추진중인 도시재생의 내용과 방향은.

▲소멸위기에 놓인 중소도시가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을 찾아 지역의 가치를 살리는 게 도시재생의 지향점이 돼야 한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매년 10조원씩 투입되고 있는데 어떤 부분을 놓치고 있는지 많은 고민을 했다. 결국 원도심이 쇠퇴하는 지역에서 주거지 재생모델, 마을 재생모델을 새롭게 만들어보기로 했다. 지역이 갖고 있는 건축자산·인적자원·경관자원 등을 활용해 지역재생을 할 수 있도록 중소도시 규모별로 차별화된 선도모델을 만드는 다양한 사업과 연구를 진행중이다. 지난 1년 반동안 60만 도시의 전주, 30만 도시의 춘천에서 새로운 모델을 찾아가고 있고 부여, 남원, 당진 등 10만 미만의 도시와도 새로운 고민을 함께 하고 있다.

―바람직한 주거지 재생모델은.

▲서울은 주거에 대한 수요가 높고 인구는 줄어들지 않는다. 반면 지방은 인구가 새로 유입되진 않지만 계속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방에서 노후 주거지를 고쳐 계속 살 수 있도록 하는 주거지 재생모델이 필요한 이유다. 고향 집을 고치는데 도시재생 뉴딜사업만큼 큰 돈이 들지 않는다. 주거 파이낸스를 병행해 해당 지역에서 '살만하다'는 가치를 부여하고 해당 지역의 특수성을 살려주는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연구소는 지역이 저마다의 색을 드러내고 고유 자산을 활용해 개성 담긴 문화를 반영할 수 있도록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연구수행 과정에서 고민은.

▲공공서비스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부동산이다. 민간에서 원하는 건축서비스산업은 부동산과 긴밀히 연결돼있는데 공공은 이 부분에 대한 학습이 안돼있다. 부동산에 대한 이해 없이는 좋은 설계에 한계가 있다. 건축서비스산업 역시 부동산 시장을 고려하지 않고 정책지원을 한다면 공허할 것이다.


―임기 내에 달성하고자 하는 사업은.

▲건축기본법 제10조에 따라 향후 5년간(2021~2025년) 국가 차원의 건축정책에 대한 중장기적인 종합계획인 '제3차 건축정책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있다. 이는 건축에 대한 최상위 계획이자 우리나라 건축정책의 근간이다.
아우리는 다양한 연구진이 참여해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및 국토교통부와 함께 제3차 건축정책 기본계획 수립을 지원할 방침이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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