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코로나19, MBA 살려냈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22 08:18

수정 2020.06.22 08:18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가 예상 외의 수혜자를 만들어냈다. 쇠락하던 경영학석사(MBA) 과정이다.

지난 수년간 지원자가 급감하면서 일부 대학은 정규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그 흐름을 돌려놨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FT 선정 톱20 MBA 대학 가운데 13개 학교에서 올 가을 학기 등록 지원자 수가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까지 4년에 걸친 MBA 쇠락이 올해 그 고리를 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톱10 MBA 학교인 프랑스 인세이아드(INSEAD)가 가장 높은 지원자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비 57% 폭증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아이아지(IESE) 경영대학원은 지원자 수가 전년비 12% 증가했다. 지원자 수 규모는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다른 경영대학원들도 모두 두자리수 증가율을 보였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로언 경영대학원 지원자 증가율은 12%를 기록했다.

MBA 지원자가 큰 폭의 증가세로 돌아선 가장 큰 배경은 경기침체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고 노동시장 전망이 극도로 악화하면서 도약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

MIT 슬로언 경영대학원 입학사무국 부국장인 로드 가르시아는 코로나19, 이에따른 경기침체가 MBA 지원자 급증과 연관이 있다면서 실업률이 상승함에 따라 이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MBA 인기는 경기변동과 밀접히 연관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경제가 탄탄하면 일을 쉬고 학교로 가는 기회비용이 크게 높아지지만 지금같은 경기침체기에는 기회비용이 낮아진다. 호황기에 지원자가 줄고, 침체기에는 지원자가 늘어난다.

지난 10년 경기호황기에 직장인들은 임금을 포기하고 막대한 수업료를 내며 MBA를 받아 새로운 직장을 찾느니 현 위치에서 승진하는 길을 택했다.

지금같은 심각한 경기침체기에서는 일을 중단하고 학교로 돌아가 경영이론과 다른 이들의 경험을 흡수하고 경영대학원에서 유능한 다른 인재들과 인맥을 쌓는데 따르는 기회비용이 크게 낮아지게 된다.

3월 140만명, 4월 2070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5월 실업률이 13.3%의 고공행진을 하는 높은 실업 상황에서 자신의 몸값을 높일 수 있는 MBA의 매력은 그만큼 높아진다.

MBA 입학 컨설팅업체인 MBA링크의 로런스 링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수년간 경제는 방해받지 않는 성장을 해왔지만 이제 경제의 여름은 끝났다"면서 "이제는 학교로 돌아갈 때"라고 말했다.

링커는 "이는 오래된 패턴"이라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을 때 늘 스스로를 교육한다"고 덧붙였다.

MBA 인기가 부활했지만 최대 MBA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왔음을 강조하는 '쿵플루'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인종차별에 앞장서고 있고, 외국인 학생이 공부를 마친 뒤 취업해 실무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취업비자에도 반대하고 있다.

미국 대학원들을 먹여살리다시피 하는 중국 학생들을 비롯해 외국 학생들은 까다로워진 비자규정과 인종차별, 여기에 이번에 미국을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불안을 느껴 유럽이나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 대학들 가운데 일부는 이같은 흐름 속에서 정규 MBA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있다.

인디애나주의 퍼듀대는 지난주 2년과정의 풀타임 MBA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2009년 이후 지원자 수가 70% 급감한데 따른 것이다. 대신 수익성 높은 온라인 MBA 프로그램은 지속한다.

한편 지원자 수가 폭증했지만 코로나19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입학허가서를 받은 학생들 가운데 감염을 우려한 일부가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비자 규정 강화 역시 외국학생 입국에 걸림돌이 되면서 미 MBA 시장의 쇠락을 가속화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