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부동산·주식시장, 규제만이 답은 아니다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22 17:12

수정 2020.06.22 18:15

[기자수첩] 부동산·주식시장, 규제만이 답은 아니다
둑에 물이 고이면 넘친다. 수문을 연다. 필요한 마을에 물을 보낸다. 마을에 물이 충분하다고 무작정 수문을 막을 순 없다. 그러다가 둑이 무너진다. 물이 필요한 다른 마을로 향한 수문을 열어야 한다.
수문이 고장났다면 고치는 게 맞다.

시장에 돈이 넘친다. 코로나19 탓이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낮췄고, 정부는 경기부양 목적으로 돈을 뿌린다. 돈이 넘치는 걸 부정도, 부인도 할 수 없다. 지난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돈을 더 빠르게 많이 풀었어야 했다는 교훈이 남긴 결과다.

수문은 두 개다. 증시와 주택시장이다. 금리가 낮아져 저축과 같은 안전자산의 매력은 사라졌다.

정부는 주택시장으로 향하는 수문을 막고 있다. 37개월 동안 21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시장에 물이 흘러도 절대 부동산 시장으로 수문을 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그런데도 수문은 열렸다. 전국의 주택 가격은 키맞추기를 하며 천정부지로 올랐다. 인위적으로 물의 흐름을 막아도 속수무책이다.

과열된 주택시장의 해결책은 증시로 향한 수문을 여는 것이다. 그동안 주식시장은 주목받지 못했다. 박스권 장세 속에서 슈퍼개미는 보이지 않았다. 개미는 사라지고 외국인만 남았다. 그사이 외국인 비율은 38.90%(코스피 지난해 기준)에 육박했다. 2006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정부는 모든 주식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고 한다. 2023년까지 증권거래세를 없애고 양도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일반적 조세원칙에 부합한다는 취지에서다.

과연 지금 필요한 정책인지 의문이다. 시장에 돈은 넘치고 있고, 수문은 아무리 막아도 부동산시장으로 넘실댄다. 둑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남은 수문을 열어야 한다. 오히려 시장 규제를 풀어야 할 시점이다.

상속도 문제다. 어떻게든 상속세를 내지 않으려고 CB를 발행하고 실적을 낮추는 코스닥 대표들의 농간에 이겨낼 투자자는 극소수다. 금융교육 부재도 한몫한다. 퇴직연금 90%가 예금으로 1% 수익률만 기록한다.
미국 증시가 퇴직연금(401K)으로 지탱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오랜만에 '동학농민'들이 주식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시장을 옥죄는 정책은 지금은 적절치 않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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