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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생활 백서]꽃향기가 좋을까, 온갖 과실향이 좋을까.. 쇼비뇽 블랑의 아찔한 유혹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23 16:41

수정 2020.06.23 16:50

⑦쇼비뇽 블랑의 계절.. 가성비 최고의  와인(하)
[와인생활 백서]꽃향기가 좋을까, 온갖 과실향이 좋을까.. 쇼비뇽 블랑의 아찔한 유혹


[파이낸셜뉴스] 어제 서울의 낮기온이 섭씨 35.4도를 기록하며 62년만의 폭염을 기록하는 등 이제 한여름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차갑게 칠링된 화이트 와인, 그 중에서도 쇼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이 가장 입에 잘 붙는 때입니다. 이번 와인생활 백서에서는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와인을 대상으로 쇼비뇽 블랑을 대표하는 뉴질랜드에 이어 쇼비뇽 블랑의 원산지인 프랑스와 신대륙을 대표하는 칠레지역 쇼비뇽 블랑을 다룹니다.

쇼비뇽 블랑은 프랑스 누아르 지방이 고향으로 누아르에서는 상세르, 푸이퓌메 지역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와인이 생산됩니다. 이 지역의 쇼비뇽 블랑은 풋사과, 복숭아 등 향을 기반으로 신맛이 아주 강하며 미네랄 느낌이 좋은게 특징입니다. 또 보르도에서도 세미용과 섞여 진한 꽃향을 가진 화이트 와인이 생산되며, 쇼비뇽 블랑 단일 품종으로도 만들어집니다.
칠레는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이 유명하지만 쇼비뇽 블랑 등 화이트 와인도 아주 좋습니다. 가격 대비 아주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무똥 까데.
무똥 까데.


■무똥 까데.. 휘몰아치는 꽃향과 청량감 일품
무똥 까데(Mouton Cadet)는 프랑스 보르도에서 나는 쇼비뇽 블랑 단일품종으로 만든 와인으로 잔에 휘몰아치는 꽃향과 아주 신선하고 상큼한 청량감이 특징입니다. 잔에 따라보면 거의 백색에 가까울 정도의 빛깔을 띠지만 잔에 코를 대기도 전에 진한 꽃향기에 사뭇 놀라게 됩니다. 복숭아 등의 과일 향을 품고 있지만 꽃향이 워낙 강해 과실향이 묻힐 정도입니다. 입에 넣어보면 약간의 과실향에 신맛이 도드라지게 다가옵니다. 프랑스 쇼비뇽 블랑은 신맛이 다른 지역보다 강한 편입니다. 그러나 이 와인은 날카롭다기보다는 약간은 다듬어진 신맛입니다. 토마토를 넣은 홍합이나 홍합 술찜과 같이 매치해보세요. 기막힌 마리아주를 보입니다. 대형마트 등에서 2만원대에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도멘 드 롬 상세르.
도멘 드 롬 상세르.


■도멘 드 롬 상세르.. 쨍한 산도와 꽃향기가 좋은 와인
도멘 드 롬 상세르(Domaine De Rome Sancerre)는 프랑스 누아르 지방의 상세르에서 생산되는 쇼비뇽 블랑 와인으로 쨍한 산도와 미네랄리티가 색다른 맛을 주는 와인입니다. 잔에 따라보면 거의 무색에 가까울 정도로 아주 연한 색깔의 와인입니다. 잔에서는 꽃향기가 아주 진하게 나는데 상대적으로 과실향은 적습니다. 꽃다발을 끌어안고 있을때의 느낌처럼 향기가 좋습니다. 그러나 와인을 입에 넣어보면 날카롭고 강한 신맛에 사뭇 놀랍니다. 신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처음에는 너무 강한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와인 잔의 온도가 조금씩 올라가면 신맛은 다소 누그러들고 미네랄리티가 두드러집니다. 입술을 입에 대면 짠 맛까지 느껴집니다. 뉴질랜드 쇼비뇽 블랑이 향수같이 부드럽고 화려한 느낌이라면 프랑스 쇼비뇽 블랑은 다소 쨍하며 파삭거리는 전혀 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코스트코에서 2만원대 초반에 구할 수 있는 와인입니다.

에스쿠도 로호.
에스쿠도 로호.


■에스쿠도 로호.. 꽃향과 과실향, 신맛이 잘 어우러진 와인
에스쿠도 로호(Escudo Rojo)는 바롱 필립 드 로췰드 칠레가 칠레 카사블랑카 지역에서 만드는 쇼비뇽 블랑 100% 와인입니다. 꽃향과 열대과실향에 신맛이 잘 어우러진 정말 구조감이 좋은 와인입니다. 잔에 따라진 연한 볏짚색의 와인에서는 흰색 계열의 꽃향기와 망고, 패션푸르츠 등 열대과일 향이 매혹적입니다. 입에 넣어보면 역시 첫 풍미가 그대로 느껴지는데 신맛이 꺾이기 바로 직전의 잘 익은 과일을 맛보는 느낌을 줍니다. 이어 섬세하고 잘 둥글려진 신맛이 들어오고 입속에서는 미네랄리티도 느낄 수 있습니다.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 와인나라 등에서 2만원대에 구할 수 있는 좋은 와인입니다.

아콩카과 코스타 쇼비뇽 블랑.
아콩카과 코스타 쇼비뇽 블랑.


■아콩카과 코스타 쇼비뇽 블랑.. 칠레 쇼비뇽 블랑의 진수
에라주리즈 아콩카과 코스타 쇼비뇽 블랑(Errazuriz Aconcagua Costa Sauvignon Blanc)은 칠레 쇼비뇽 블랑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와인입니다. 아콩카과 밸리의 해안에 위치한 서늘한 지역의 쇼비뇽 블랑으로 만드는 와인으로 쇼비뇽 블랑의 맛을 스펙트럼처럼 제대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잔에 따라보면 거의 백색에 가까울 정도로 연한 빛깔을 가지고 있지만 우아한 꽃향기는 금세 주변을 물들입니다. 입에 넣어보면 복숭아, 풋사과 등 신선한 과실향에 망고, 패션푸르츠 등 열대과일 향이 함께 녹아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마치 햇빛을 스펙트럼에 통과시키면 무지개 색이 샤르르 펼쳐지듯이 과일의 맛과 향이 하나하나의 맛이 살아있습니다.

와인을 한번에 다 비우지 말고 좀 더 천천히 즐겨보세요. 갈수록 향과 맛이 더 진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16년 빈티지 기준 제임스 서클링 등 각종 와인 전문가들로부터 93점 안팎을 받은 좋은 와인입니다. 대형마트 등에서 5만원대에 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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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생활 백서>
최근 들어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대형 마트의 와인코너를 가보면 젊은 층은 물론이고 은퇴한 중장년층 부부들도 참 많습니다. 와인매장 매니저가 추천하는 와인 설명을 듣고는 주저없이 와인을 몇병씩 카트에 담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그만큼 이제 막 와인을 접하기 시작했거나 와인에 대해 보다 친근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죠. 불과 수년전만해도 일반인에게 와인은 "어려운 술", "도구가 많이 필요한 술", "맛보다는 멋으로 먹는 술", "특별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먹는 술"이라는 생각에 다소 거부감이 있었지만 이제 와인은 "그냥 맛있는 술"로 어느새 우리곁에 바짝 다가서 있습니다. 사실 와인은 정말 향기롭고 맛있는 술입니다. 그냥 편하게 코르크(스크류)를 열고 잔에 따라 향을 즐기며 맛있게 먹으면 되는 술입니다. 와인은 그 자체만으로도 맛있는 술이지만 음식과 잘 매치하면 음식도 술도 그 맛이 더 좋아집니다.
또 와인에 얽힌 상식을 조금씩 알아가다 보면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와인의 또 다른 맛을 알게 됩니다.

매주 연재되는 와인생활 백서 코너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와인이라는 술에 대해 가지는 궁금증을 풀어주고 보다 슬기롭고 즐거운 와인생활을 하는데 도움을 주는 내용을 담게됩니다.
이를 통해 와인이라는 술이 얼마나 향기롭고, 맛있고, 재미있는 술인지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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