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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경전철 시대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23 17:52

수정 2020.06.23 17:52

"소년은 드디어 그렇게도 동경하여 마지않던 서울로 올라오고야 말았다. 청량리를 들어서서 질펀한 거리를 달리는 승합자동차의 창 너머로, 소년이 우선 본 것은 전차라는 물건이었다." 소설가 박태원이 1936년 쓴 '천변풍경'에 나오는 대목이다. 소년은 처음 본 전차에 입이 딱 벌어졌다. "한길 한복판을 쉴 사이 없이 달리는 전차에 가, 신기하지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싶게 올라타는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에, 머리에, 부러움 가득한 눈을 주었다."

한국 근대 대표적인 서민 교통수단을 꼽으라면 단연 전차다.
1899년 개통 이후 정원은 80명이었지만 200명까지 태우고 다녔을 정도로 인기 폭발이었다고 한다.

버스의 경성(서울) 진입은 쉽지 않았다. 전차를 비롯, 자전거·인력거·마차 등 다른 탈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1912년 대구에서 첫 영업을 시작했던 버스는 1920년대 말 서울에서 비로소 달리기 시작했다. 버스의 전성시대는 1970년대다. 시골 장날이면 버스에 100명 이상이 타기도 했을 정도다. 문도 못 닫고 문에 매달려 가는 이도 있었다고 한다.

도로 위 급증한 차량으로 초래된 교통체증 등의 해결사로 지하철이 등장한다. 1974년 서울 1호선 개통을 시작으로 지하철은 대도시 교통의 총아로 부상했다. 하지만 천문학적 건설·운영비가 사업자에게 걸림돌이 됐다. 경전철은 기존 지하철보다 작은 규모여서 드는 비용은 적고, 수송능력은 버스의 4배에 가깝다. 기존 지하철이 교통의 '대동맥'이라면 경전철은 '모세혈관' 역할이다.

서울시가 이르면 2028년 서부선 경전철이 개통된다고 밝혔다. 서울의 서북권과 서남권을 잇는 서부선이 뚫리면 주요 구간 통행시간이 최대 16분까지 단축된다.
은평구 새절역과 관악구 서울대입구역을 잇는 노선이다. 2017년 개통된 우이신설선에 이어 신림선, 동북선, 강북횡단선, 면목선 등이 준비 중에 있다.
대중교통이 본격 경전철 시대를 향하고 있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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