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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판 아닌 증권사에서 끈기·근성 보여줄 것" [fn이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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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생’ 현실모델
서유태 교보증권 대리
20대 중반에 국제재무설계사 등
자격증 5개 취득후 교보증권 입사
"올해부터 홍보팀서 새로운 도전중"

"바둑판 아닌 증권사에서 끈기·근성 보여줄 것" [fn이사람]
교보증권 서유태 대리(사진=교보증권)

인생의 방향을 틀 때는 누구나 두려워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과감하게 자신의 진로를 틀어버린 사람들은 용감해 보인다.

바둑 아마 7단인 교보증권 서유태 대리(사진)도 그중 하나다. 어린 시절부터 바둑 하나만 보고 살았던 그는 지금 서울 여의도에서 증권맨으로 살고 있다. 그는 드라마 '미생' 장그래의 현실 모델인 셈이다.

서 대리는 아버지와 장기를 두다 바둑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그렇게 바둑과 사랑에 빠졌고, 초등학교 6학년 당시 전국에 단 4곳밖에 없는 '프로 지망생' 대상 바둑도장에 들어갔다. 바둑특기생 자격으로 학교에도 가지 않았다. 기숙사에서 지내며 전국에서 모인 바둑신동들과 하루 12시간 이상 바둑에 매달렸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살았다. 대학도 바둑학과로 진학했다. 그렇지만 나이제한(만 19세) 규정에 걸려 연구생에서 탈락했다. 그에게 주어진 길은 두 갈래였다. 연구생 자격이 아닌, 일반인 자격으로 프로에 계속 도전하거나 바둑을 과감히 때려치우거나. 서 대리는 1년을 더 입단대회에 도전한 다음 후자를 선택했다.

결정은 과감했지만 바둑과 헤어지는 과정은 힘들었다. 사랑은 곧 미움으로 바뀌었다. 서 대리는 "아무리 연구생 최상위 등급에 있었다 해도 프로에 입단하지 못하면 연구생 최하위 등급에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이 견디기 힘들었다"고 소회했다. 그렇게 바둑을 미워하고 원망하다가 드라마 '미생' 제작진을 만났다.

"지인이 '미생'의 고문으로 채용됐는데 담당PD가 '바둑을 프로급으로 하다가 프로가 못되고, 바둑을 증오하는 상태에서 다른 길을 가고자 준비하는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해서 저를 소개했단다. 당시에는 '바둑이 내 인생을 망쳤다'는 생각에 증오했다."

'콕' 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PD에게 얘기했던 부분이 드라마 곳곳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서 대리는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며 포기했던 공부에 다시 매달렸다. 그는 "20대 중반에 공부를 시작했다. 친구들에게 수학, 영어 과외를 받았다"며 "공부를 못하면 다시 바둑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죽기 살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미생에서 가장 공감이 갔던 대사도 극 중 오 과장이 주인공 장그래에게 "여기 있는 사람들이 이 빌딩 로비 하나를 밟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했는지 알아"라는 문장이다.

서 대리는 "바둑을 배우면서 열심히 살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취업을 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면서 살아온 부분을 인정해야 했다"며 "그 차이를 극복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국제재무설계사(CFP) 등 금융권 자격증 5개를 땄고, 교보증권에 입사했다.

증권사에 들어온 것은 부모님이 주식투자를 오래한 데다 대학에서 투자동아리 활동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바둑은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해야 하는 게임인데 주식도 마찬가지로 '왜'라는 질문을 하면서 의사결정을 해나가는 것이 비슷했다"며 "그런 공통점이 재밌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서 대리는 지난 5년간 해왔던 법인영업을 뒤로하고 올해부터 홍보팀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바둑으로 다져진 끈기와 근성이 강점"이라는 그의 말투에서 삶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도전의식이 느껴졌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